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나비가 쓰고 남은 나비





- 심언주


나비를 밀어내며 나비가 날아간다 나비는 잘 접힌다 또 금방 펴진다 나비가 될까 될 수 있을까 나비를 밀어내며 나비를 깜빡인다 나비는 몸이 가볍다 생각이 가볍다 마음먹은 대로 날아가는 적이 드물다 줄인형처럼 공중에 매달려 나비에게서 달아나다 나비에게로 돌아온다 나비를 밀어내며 나비를 닮아간다 옥타브를 벗어나는 나비 따라 부리기 어려운 나비 나비를 밀어내며 나비를 넘어선다 높아지는 나비 어머나 비가 온다 어머나 비가 간다 나비가 버리고 간 나비 나비가 채우는 나비 줄인형처럼 꽃밭 속에 나비를 담근다 나비가 될까 나비가 될 수 있을까 나비를 밀어내며 나비가 발생한다 나비를 서성이며 나비가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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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를 밀어내며 코끼리가 걸어간다. 코끼리는 몸이 무겁다. 생각이 무겁다. 마음먹은 대로 걸어가는 적이 드물다. 큰 귀를 펄럭여도 날파리가 따라온다. 뻘에 빠져 코끼리에게서 달아나다 코끼리에게로 돌아온다. 코끼리를 밀어내며 코끼리를 넘어선다. 코끼리를 밀어내며 코끼리가 발생한다. 코끼리가 쓰고 남은 코끼리가 초원을 걸어간다. 신 새벽에 출근하는 당신, 늦저녁에 한 잔 하는 당신, 오늘도 당신을 밀어내며 당신을 넘어선다.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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