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외국인의 국내 채권투자금이 53억 달러 빠져나가며 2000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한미 금리 역전이 지속되는 가운데 채권 금리도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외국인의 원화 채권 매도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반면 주식투자금은 50억 달러 가까이 늘면서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자금 순유출 규모는 크게 축소됐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 1월 중 외국인의 국내 증권(주식·채권) 투자자금은 3억 4000만 달러 순유출됐다. 순유출은 지난달 한국 주식·채권시장에서 빠져나간 자금이 들어온 자금보다 많았다는 뜻이다. 지난해 12월(-24억 2000만 달러)에 이어 두 달 연속 순유출을 이어갔지만 규모는 크게 줄었다.
증권 종류별로는 외국인 채권투자자금이 무려 52억 9000만 달러나 순유출됐다. 이는 2000년 한은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최대 순유출 기록이다. 1월 말 원·달러 환율(1231원 90전) 기준으로 약 6조 5168억원 규모다.
반면 외국인의 주식투자자금은 49억 5000만 달러(약 6조 979억원) 순유입을 기록했다. 2020년 11월(55억 2000만 달러) 이후 2년 2개월 만에 최대 순유입 규모다.
한은 관계자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 완화와 중국 경기 회복 기대감에 따른 투자심리 개선으로 외국인의 주식자금 유입폭이 확대됐다”며 “반면 채권자금의 경우 원화 강세와 채권금리 하락(채권가격 상승) 등으로 차익 실현을 하기 좋은 상황이 연출되면서 순유출 규모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한국 국채(외국환평형기금채 5년물 기준)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달 월평균 44bp(1bp=0.01%포인트)로 집계됐다. 12월(53)보다 9포인트 떨어졌다.
CDS는 채권을 발행한 국가나 기업이 부도났을 때 손실을 보상해주는 일종의 보험 성격의 금융파생상품이다. 해당 국가 경제의 위험이 커지면 대체로 프리미엄도 올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