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인도와의 반도체 동맹 논의에 본격적으로 착수한다. 중국 견제 및 공급망 강화를 위한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포위망에 인도가 동참하면서 양국 협력 관계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8일(현지 시간) 미 CNBC 방송에 출연해 반도체 생산 협력 논의를 하기 위해 다음 달 미 반도체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함께 인도를 방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국은 지난달 ‘주요 신흥 기술에 관한 이니셔티브’(iCET)를 체결하고 반도체·인공지능(AI)·무선통신 등의 첨단 기술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러몬도 장관은 “1990년 미국의 반도체 산업 종사자는 35만 명이었지만 지금은 16만 명 정도로 줄었다”며 이번 논의가 미국 반도체 공급망 강화를 위한 것임을 시사했다. 최근 인도 정부는 10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보조금 계획을 내놓는 등 반도체 제조 능력 증대에 힘쓰고 있다.
이어 러몬도 장관은 ‘프렌드쇼어링(우방국 간 공급망 구축)’의 주요 상대국으로 인도를 선택한 데 대해 “인도는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인구도 많고 노동력과 영어 구사자도 풍부한 데다가 법치주의를 따르는 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날 러몬도 장관은 인도의 러시아 석유 구매를 의식한 듯한 경고성 발언도 내놨다. 그는 “우리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에 참여하는 인도 포함 13개국에 노동·환경·반부패·법치 규범을 따를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인도에 대한 미국의 투자도 이를 따를 때 비로소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등 서방은 러시아의 전쟁 자금줄을 끊기 위해 러시아산 석유 가격 상한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인도·중국이 헐값에 러시아산 석유를 사들이는 탓에 제재가 무력화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