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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0억 수혈로 급한 불 껐지만…'알짜 계열사' 담보내준 태영건설 [시그널]

환경 계열사 에코비트 주식 담보

KKR에 13% 고금리로 자금조달

연간 이자만 500억~600억 달해

지주사까지 사업·재무 부담 커져







태영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태영건설이 지난달 글로벌 사모펀드(PEF) 콜버그크래비츠로버츠(KKR)를 통해 4000억 원을 13%의 높은 금리로 조달하면서 그룹의 환경 계열사인 에코비트 주식을 담보로 제공한 것으로 파악됐다. 에코비트는 폐기물 매립·소각과 수처리 기업으로 안정적 수익을 올려 태영그룹이 미래 먹거리로 공들여온 계열사다. 알짜 계열사의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면서 태영건설이 당장의 자금 경색을 해소했지만 고금리 대출로 사업 및 재무 부문 부담은 커지게 됐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태영그룹의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363280)는 지난달 17일 KKR로부터 사모사채 형식으로 4000억 원을 확보해 연 13% 금리로 태영건설에 대여했다. 사채 만기는 2027년 1월 26일까지로 일시에 상환하는 조건이다. 한 해 이자만 500억~600억 원에 달해 만기에는 6500억 원을 갚아야 한다. 다만 조기 상환은 가능하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상반기 약 4000억 원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와 3월 1400억 원의 회사채 만기가 예정돼 있는데 단기적 유동성 대응은 가능해졌다.



태영건설의 조달 조건은 은행권 기준 기업대출에 비하면 금리가 높은 수준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12월 기준 기업대출 금리는 5.56%에 그치고 올 들어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른 것 등을 감안해도 13%대 금리 수준은 기업 입장에서 매우 부담스럽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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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IB 업계에서는 최근 건설사에 대한 신용도가 떨어지고 투자자를 찾기 어려운 국면에서 태영건설이 글로벌 PEF를 상대로 계약한 금리가 “나쁜 조건만은 아니다”라는 설명도 나온다. 2022년 시공능력평가 기준 8위인 롯데건설과 17위인 태영건설이 비슷한 금리로 자금을 조달했기 때문이다.

롯데건설은 지난달 9일 메리츠증권과 취급 수수료를 포함한 12%금리로 1조 5000억 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롯데그룹의 4개 계열사가 6000억 원을 후순위에 투자해 손실을 방어하고 메리츠증권은 9000억 원을 선순위로 투자한다. 롯데건설 주요 사업장의 분양 수익이 발생하면 선순위 투자자인 메리츠증권이 가져가는 조건이다. 여기에 펀드 운용에 따른 수수료도 메리츠증권이 챙긴다.

업계에서는 티와이홀딩스와 KKR이 50%씩 지분을 보유한 폐기물 처리 업체 에코비트의 담보 가치에 주목하고 있다. 에코비트는 지난해 국내 환경 사업 업계에서 국내 매립 시장 1위, 의료 폐기물 소각 시장 1위, 수처리 시장 2위를 차지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와 함께 환경 사업 부문 1~2위권을 다투는 기업이다. 2021년 매출 7337억 원, 영업이익 1230억 원의 실적을 각각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3분기까지 매출이 5648억 원에 달했다.

태영그룹은 2004년 태영환경을 시작으로 선제적으로 환경 사업을 시작했다. 2010년 TSK코퍼레이션을 출범시키면서 SK건설·SK케미칼을 2·3대 주주로 영입하며 10년간 사업을 키웠다. KKR과의 인연은 2020년 SK 측이 직접 폐기물 사업에 뛰어들면서 동업 관계를 정리하기 위해 지분을 내놓자 KKR이 이를 인수했다. 2021년 태영건설이 인적분할로 티와이홀딩스를 만들면서 TSK코퍼레이션도 지분을 옮겼고 KKR이 추가로 인수한 환경 업체와 합병하며 2021년 10월 에코비트가 출범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PEF는 일반적인 지분 투자와 달리 담보나 손실 방어 장치가 있어도 평균 15%의 수익률을 추구한다”며 “태영건설이 직접 보유한 자산만을 담보로 하지 않고 지주사의 알짜 사업을 담보로 내놓았기 때문에 거래가 성사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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