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증시

반도체주 빼고도…영업익 전망치보다 26% 뚝

■주요 상장사 4분기 실적 보니

코스피 등 83개사 총 16조 그쳐

외인 매수세에 주가 상승세지만

올 1분기 이익도 반토막 예상속

목표치 높아진 LG전자 등 주목





국내 주요 기업의 지난해 4분기 성적표가 예상보다 더 나쁜 것으로 조사됐다. 매출은 예상치에 부합했지만 영업이익은 30% 이상 낮게 나왔다. 연일 계속되는 외국인들의 매수로 주가는 날개를 달았지만 실제 상황은 예상보다 훨씬 더 나쁜 것이다. 올해 1분기 이익 수준도 전년 대비 반 토막 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9일 시장조사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날까지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한 코스피·코스닥 83개사의 영업이익 총합은 16조 6036억 원이었다. 시장 전망치인 24조 5581억 원 대비 32.39% 낮은 수치다. 해당 기업들의 지난해 4분기 이익(36조 179억 원)과 비교하면 53.9% 급감한 수준이었다. 다만 매출은 392억 6153억 원으로 추정치(397조 8713억 원) 대비 1.32% 적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증시를 이끄는 반도체 업종이 타격을 입은 것이 배경이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익은 4조 3061억 원으로 전년 대비 68.9% 급감했다. SK하이닉스는 적자 전환해 영업손실 1조 7012억 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급락한 영향이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3분기까지는 실적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고객사 재고 조정 지속으로 메모리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다만 비중이 큰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제외(81개사)하더라도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13조 9987억 원으로 시장 전망치(18조 8949억 원) 대비 25.91%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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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별 양극화도 뚜렷했다. 83개사 중 41개사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악화했고 42개사는 전년 대비 개선됐다. 실적 악화 기업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더 악화됐고 실적 개선 기업들의 영업이익은 크게 뛰어올랐다. 실적 부진 기업(41개사)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총합은 3조 5152억 원으로 전년(29조 8261억 원) 대비 88.21% 급감했다. 반면 나머지 42개사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익은 13조 884억 원으로 1년 전(6조 1918억 원)보다 2배 이상(111.4%) 개선됐다.



업종별 온도 차도 뚜렷했다. 2차전지·자동차·음식료주는 활짝 웃었다. 에코프로비엠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53.2% 개선된 970억 원이었다. LG에너지솔루션(213.6%), 엘앤에프(88.2%)의 이익도 대폭 개선됐다. 현대차와 기아 역시 고수익 중심의 차량 판매 호조세에 힘입어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119.6%, 123.3% 개선됐다. 베트남·러시아 시장에서 흥행한 오리온(44.2%), ‘제로’ 훈풍을 탄 롯데칠성(28.7%)도 웃었다.

반면 증권·건설 관련주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275억 원, 902억 원으로 전년 대비 85.6%, 61.2% 악화했다. 지난해 증시 급락으로 증권사 수입의 원천이라 할 수 있는 주식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수익이 줄어든 영향이다. 부동산 시장 악화로 현대건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7.5% 감소한 814억 원을 기록했고 GS건설(-42.0%)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크게 나빠졌다.

한편 실적 악화 추세는 올해 1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83개사의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21조 9683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43조 7789억 원) 대비 49.8% 악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증시를 주도하는 반도체 업종의 실적 악화가 불가피해 보이는 가운데 경기 둔화,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실적 부진이 지속될 예정”이라며 “원화 강세로 수출 기업들의 실적도 꺾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김 센터장은 “중요한 것은 그 와중에도 목표치가 상향 조정되는 종목들이 있다는 것”이라며 “LG전자 등 눈높이가 올라가는 종목들에 주목해야 한다. 당분간 개별 업종 차별화가 심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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