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표적 기술기업인 바이두와 알리바바가 나란히 대화형 챗봇 서비스 출시를 예고했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의 양대 빅테크 기업 사이에서 불이 붙은 생성형 인공지능(AI) 주도권 다툼에 중국 기업들이 속속 도전장을 내밀면서 첨단 테크 산업 중 가장 뜨거운 AI 분야에서도 미중 경쟁 구도가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8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는 이날 오픈AI가 개발한 챗GPT와 유사한 형태의 AI 챗봇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현재 내부 테스트에 돌입한 상태라고 밝혔다. 알리바바는 2017년부터 챗GPT와 같은 거대 언어 모델과 생성형 AI를 연구해 왔다고 밝혔으나 해당 서비스의 정확한 출시 일정은 공개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알리바바가 자사의 원격 근무 지원 서비스 플랫폼인 ‘딩톡’과 챗봇 기술을 결합할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회사 측은 확인을 거부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전날에는 중국 최대 포털 기업 바이두가 챗GPT의 중국판인 ‘어니(Ernie) 봇’을 이르면 다음 달 선보이겠다고 밝혀 주목을 받았다. 바이두는 어니봇의 기반이 되는 AI 어니를 2019년 개발해 언어 이해와 언어·이미지 생성 등 작업 수행 능력을 높여왔다고 설명했다. 바이두 역시 현재 어니봇의 내부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밖에 중국의 대형 전자상거래 업체 JD닷컴(징둥)도 이날 챗GPT 기술을 자사 제품과 서비스에 통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글과 MS가 연일 새로운 AI 서비스를 공개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와중에 중국 테크 산업을 선도하는 기업들도 잇따라 첨단 AI 기술 개발 사실을 공개하면서 실리콘밸리 빅테크의 양강 경쟁 구도로 흘러가던 생성형 AI 선점 경쟁이 AI판 ‘미중 대전’으로 확전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구글이 앞서 6일 대화형 AI 서비스 ‘바드(Bard)’를 수주 내 시장에 선보이겠다고 밝힌 바로 다음날 MS가 자사 검색 엔진 ‘빙(Bing)’에 챗GPT 기술을 결합한 서비스를 출시하며 미국 기업끼리 치고받는 상황에서 중국 기업까지 ‘선수’로 등장한 격이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과 중국의 거대 기술기업들이 AI 전성기를 예고했다”고 분석했다.
AI는 미국을 따라잡으려는 중국이 반도체 못지않게 공을 들여온 분야다. 2017년 중국 정부는 2030년까지 AI 이론과 기술·응용 분야에서 모두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하겠다는 목표를 담은 ‘차세대 AI 발전 계획’을 수립했다. 중국의 기술 허브인 광둥성 선전시는 지난해 11월 중국 지방정부 최초로 AI 개발을 촉진하는 규정을 세웠으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올해 경제 운영 방침을 결정하는 중앙경제공작회의(지난해 12월 개최)에서 “AI 등 첨단 기술의 연구개발과 활용에 속도를 내라”고 직접 지시한 바 있다.
중국 빅테크의 AI 연구 실적도 이미 전 세계에서 압도적인 수준으로 올라서 있다. 네덜란드 학술정보 업체인 엘스비어에 따르면 중국에서 발표된 AI 관련 논문은 2021년 기준 4만 3000편으로 미국의 2배 수준에 달했고 피인용 상위 10%에 드는 중국 논문은 총 7401편으로 미국보다 70% 많았다.
중국의 무서운 성장세에 미국은 각종 규제를 통해 중국의 ‘AI 굴기’를 차단하고 있다. 미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규제에 이어 12월에는 중국 AI 기업 36개를 수출 통제 명단에 추가했다. 여기에는 중국 최초의 AI 반도체 개발사 캠브리콘을 비롯해 중국전자과기집단공사(CETC) 계열사, 중국과학원 컴퓨터기술연구소 등 주요 AI 기업·기관들이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