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현대백화점 지주사 전환 불발…"재추진 안한다"

인적분할 임시 주총서 안건 부결돼

사전 전자투표서 반대표 속출한 듯

외국계 "대주주 지배 강화" 비판에

자사주소각·배당 환원책 마련 불구

주주 설득 실패…그린푸드는 통과





현대백화점(069960)그룹이 현대백화점을 인적 분할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려던 계획이 지배구조 개편에 부정적인 외국계 투자자 및 주주들의 반대를 극복하지 못한 채 무산됐다. 현대백화점은 향후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재추진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이에 앞서 진행된 현대그린푸드 임시 주총에서는 인적 분할 안건이 통과됐다.

현대백화점은 10일 서울 강동구 암사동에서 열린 지주사 전환을 위한 임시주주총회에서 지주회사인 현대백화점홀딩스(가칭)를 설립하고 현대백화점을 분할존속회사로 두는 인적분할 건이 부결됐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당초 이날 주총에서 안건이 무난하게 통과될 것으로 봤지만,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9일까지 진행된 전자 투표에서 반대 표가 집중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형종 현대백화점 대표이사는 이날 주총에 앞서 “사전에 입장을 밝힌 분들의 의견을 종합해 봤을 때 부결의 가능성도 크다”며 “정확한 의견 집계를 위해 투표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진행된 현장 투표 결과 전자 투표를 포함해 찬성 64.9%(1024만2986주), 반대 35.1%(554만4266주)가 나왔다. 안건 통과를 위해서는 ‘3분의 2 이상’에 해당하는 66.6% 대의 찬성률이 필요한데, 이에 못 미치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현대백화점이 지난해 9월 발표한 인적분할 계획/자료=현대백화점그룹현대백화점이 지난해 9월 발표한 인적분할 계획/자료=현대백화점그룹



업계에서는 현대백화점의 인적분할 계획이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 측면으로만 부각돼 주주들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가지 못한 것을 부결 요인으로 보고 있다. 인적분할을 실시할 경우 현대백화점이 보유한 자사주에 신주가 배정되면서 대주주의 지배력이 강화되는 이른바 ‘자사주의 마법’으로 주주들의 지분 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가 불거진 것이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는 현대백화점의 지주사 전환과 인적분할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견을 냈고, 세계 최대 연기금인 노르웨이 중앙은행의 국부펀드도 반대표를 던지는 등 외국계 기관·투자자를 중심으로 부정적인 기류가 터져 나왔다. 현재 현대백화점 주식의 외국인 보유 비중은 25%다. 이 같은 부정 여론에 현대백화점그룹은 주총을 앞두고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라는 환원 정책을 내놨지만, 투표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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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사진=현대백화점그룹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사진=현대백화점그룹


현대백화점은 “이번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향후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재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현대그린푸드는 안건 통과에 따라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계속해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현대백화점은 입장문을 통해 “시장의 우려를 고려해 신중하게 추진했던 분할 계획과 주주환원정책이 주주분들께 충분히 공감받지 못한 점에 대해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고 전했다. 이어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는 앞으로도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제고시킬 수 있는 방안을 심도 있게 모색해 나가도록 하겠다”며 “적극적인 자세로 주주와 시장의 다양한 의견에 귀 기울이며 긴밀한 소통을 이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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