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앙의 주요 권한을 지방으로 과감히 넘긴다. 중앙 부처 권한을 시도지사들에게 이양·위임하고, 시도지사들의 기존 권한은 대폭 확대하는 방식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강조해온 ‘지방시대’ 비전이 집권 2년차를 맞아 구체화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평가된다.
윤 대통령은 10일 오전 전북 전주시 전북도청에서 제 3회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열었다. 윤 대통령은 “진정한 지방시대를 열기 위해 중앙의 권한을 과감하게 이관하고 지역 스스로 비교 우위가 있는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키워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서 ”민생 문제에 중앙과 지방이 따로 없다”고 강조했다.
국무조정실은 이 자리에서 ‘중앙권한 지방이양 추진계획’을 보고했다. 해당 계획은 6개 분야 총 57개 과제로 구성됐다. 국토, 환경, 산업, 고용, 교육, 복지 등 전 분야에 걸친 다양한 권한을 지자체로 이양한다는 내용이다. 이를 통해 저출산과 수도권 집중 심화로 인한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려는 것이다.
우선 각 시도지사 권한으로 해제할 수 있는 비수도권 개발제한구역을 기존 30만㎡에서 100㎡로 늘린다. 국회의사당 규모 면적이 여의도 3분의 1 규모 면적로 확대되는 셈이다. 여기에 반도체·방산·원전 등 국가 전략사업을 지역에 추진하는 경우 개발제한구역 해제 총량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지금까지 중앙정부가 환경보전 등을 이유로 과도하게 개발을 규제 해왔다는 불만이 있었는데 앞으로는 각 지자체가 지역 개발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그 밖에도 시도지사의 지역 개발 권한을 대폭 확대한다. 중앙정부가 지자체에 위임 중인 농지전용 허가권한 대상은 기존 12개 지역·지구에 2개 지구(지역특구, 연구개발특구)를 추가해 14개로 늘어난다. 각 시도지사들은 전국 2918개(전체 섬의 86.3%)에 달하는 무인도서 개발사업을 규모와 상관없이 자체적으로 승인할 수 있다. 지방항 항만배후단지 개발 및 관리 권한도 각 지자체로 넘어간다. 지금까지는 모두 해양수산부 권한이었다.
외국인 노동자 고용과 관련해서는 지자체의 입장을 반영할 수 있는 창구가 마련된다. 지금까지 저숙련인력(E-9 비자)와 숙련기능인력(E-7-4 비자)의 도입 규모·배분은 각각 고용노동부와 법무부에 의해 결정됐다. 앞으로 고용부는 반기마다 광역지자체와 협의회를 열고, 법무부는 운영계획 수립시 지자체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교육 분야에서는 관련 법령을 개정해 지역혁신과 연계한 대학 재정지원 및 관리 권한을 지자체에 위임하기로 했다. 그동안에는 지역대학 재정지원 사업을 할 때 교육부가 대학재정지원 사업 내용과 참여대학을 직접 결정하고 지자체는 컨소시엄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참여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방시대의 핵심은 교육”이라고 수차례 강조해 온 바 있다.
추진계획에 따르면 각종 문화·복지 분야 정책에서도 지자체 권한이 확대된다. 문화체육관광부의 ‘대중형 골프장’ 지정 권한, 보건복지부의 농어촌 보건진료소 설치 승인 권한 등은 모두 각 시도지사에게 위임된다.다만 지자체 수요가 높은 토지이용 규제권의 경우 이번 발표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날 회의에서는 중앙권한 지방이양 추진계획 외에도 △중앙지방협력회의법 시행령 개정계획 △지방소멸대응기금 개선방안 △지방정부 자치조직권 확대방안 등이 안건으로 올라왔다. 윤 대통령은 특히 “인구 문제도 매우 시급하다”며 “지방소멸대응기금이 인구 문제가 시급한 지역을 중심으로 배분될 수 있도록 기준을 개정했다”고 밝혔다. 회의에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주호 교육부 장관, 방문규 국무조정실장, 우동기 국가균형발전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행정안전부에서는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된 이상민 장관을 대리하는 한창섭 차관도 처음으로 대통령 주재 회의에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