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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조단위 투자 '정면승부'냐 인수전 접고 '새판짜기'냐

■SM엔터 경영권 전쟁 격화

하이브 기선제압에…수세몰린 카카오 선택은





하이브가 에스엠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 입장에서는 계획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업계에서 카카오의 에스엠 투자에 대해 대형 지식재산(IP) 확보와 함께 카카오엔터 우회 상장이라는 일석이조를 노린 전략이었다고 관측했던 만큼 일격을 당한 카카오 입장에서는 초조한 상황이다. 수세에 몰린 카카오가 자금력을 동원해 정면 승부를 택할지, 아니면 에스엠 인수 의지를 접고 새 판 짜기에 나설지 다음 행보가 주목된다.




IP 확보·카카오엔터 우회상장 등

에스엠 지분 늘리면 시너지 크지만

공개매수 '맞불'땐 가격부담 커져

하이브보다 비싼값에 주식 사들여야

이수만측 '가처분 신청' 기각돼도

지분 9.05%만으론 '계륵' 가능성

기존 스토리·미디어 강화할 수도


◇에스엠 인수 시 시너지 폭발 가능한 카카오=배재현 카카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달 10일 열린 카카오 4분기 실적 발표에서 에스엠 투자에 대해 “IP에 기술적 역량을 결합하고 아티스트를 공동 기획하겠다”며 “팬 플랫폼 구축 및 IP 웹툰화에 나서고 글로벌 음원 유통도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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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가 에스엠을 카카오의 지배력하에 넣을 수 있다면 그동안 약점으로 지목받아왔던 글로벌 아티스트 라인업을 단숨에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카카오엔터의 K팝 아티스트는 더보이즈·아이브·몬스타엑스·크래비티 정도가 꼽힌다. 아이유나 안테나뮤직 소속 아티스트들은 결이 다르다. 여기에 에스파·엑소·NCT·레드벨벳 등 에스엠 아티스트들이 추가된다면 큰 시너지가 기대된다.

팬 플랫폼도 확보할 수 있다. 수익성이 검증된 에스엠의 ‘디어유 버블’을 운영할 수 있게 된다. 이미 카카오엔터의 레이블인 스타쉽엔터테인먼트의 아티스트들은 버블과 입점 계약을 체결했다.

카카오엔터가 ‘소녀 리버스’를 통해 보여준 세계관은 에스엠의 메타버스 세계관 ‘광야’와도 상통하는 측면이 있다. 카카오엔터가 최근 발표한 버추얼 걸그룹 ‘메이브’도 에스파·나이비스와 연결된다.

특히 투자자들의 엑시트를 해결해야 하는 카카오엔터 입장에서 에스엠에 대한 투자는 여러모로 이점이 있다. 카카오 측은 인수를 위한 투자가 아니라는 설명이지만 시장에서는 이미 ‘인수를 통한 우회 상장 가능성’을 열어놓은 상황이다. 계획대로 에스엠 지분 9.05%를 확보한다면 다양한 경우의 수로 투자자들의 불만을 잠재우기에 충분하다.

◇"에스엠 투자는 카카오의 ‘계륵’ 될 것"…발 빼나=다만 업계에서는 카카오의 에스엠 투자가 계륵이 될 수도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선화 KB증권 연구원은 “시너지를 위해서는 하이브보다 많은 지분을 취득하는 것이 유리하다”며 “하이브의 공개 매수가인 12만 원보다 더 높은 가격에 주식을 매수해야 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하이브가 공개 매수하기로 한 25%의 지분 가격만 7142억 원에 이른다. 1조 2000억 원의 자금을 유치한 카카오여도 공개 매수가 경쟁이 붙는다면 부담스러운 가격임에는 분명하다. 카카오엔터의 재무적투자자(FI) 입장에서도 에스엠 투자에 예상 외의 금액이 쓰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유영진·김민종 등 에스엠 아티스트들이 이수만 전 에스엠 총괄프로듀서의 편을 들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엔터사의 핵심인 프로듀서·아티스트들의 회유에 실패한다면 빈껍데기만 비싸게 사게 될 수도 있다.

결국 카카오가 이번 에스엠 경영권 분쟁에서 발을 뺄 수도 있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카카오엔터가 K팝 IP 확보 외에도 돈을 써야 할 곳이 충분히 많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카카오엔터는 스토리·뮤직·미디어의 세 가지 사업 부문을 영위하고 있어 K팝이 주력인 하이브와는 다르다.

모회사 카카오도 지난해 4분기 당기순이익이 적자 전환하는 등 좋은 상황은 아니다. 특히 당기순이익 적자 전환에는 카카오엔터가 2021년 인수한 북미 웹툰 플랫폼 ‘타파스’의 영업권을 손상 처리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우회 상장이 급선무라면 시장에서 거론돼온 큐브엔터테인먼트 등 중소형 상장사 인수로 눈을 돌릴 수도 있다.

◇가처분 인용 여부와 지배구조 개선이 향방 가를 듯=우선 이 전 총괄이 제기한 카카오 투자에 대한 가처분 인용 여부가 경영권 분쟁의 향방을 가를 예정이다. 인용 시 카카오의 추가 투자는 쉽지 않아진다.

기각된다면 지분 9.05% 확보를 전제로 3월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이 열릴 가능성이 생긴다. 다만 주주 명부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폐쇄된 만큼 이 전 총괄의 지분은 그대로 남아 있는 반면 카카오 측은 지분이 없는 상태로 주주총회가 열려 표 확보에 있어 불리한 입장에서 시작하게 된다.

지금까지 에스엠 경영진, 얼라인파트너스, 카카오 측의 명분이었던 지배구조 개선도 하이브와 이 전 총괄이 지배구조 개선을 확약하며 명분이 약해졌다. 국민연금공단·KB자산운용 등 에스엠의 지배구조 개선을 중요시했던 기존 주주들의 표를 카카오가 어떻게 확보할지 주목된다. 다만 카카오 측은 “사업 제휴가 투자의 목적”이었다며 추가 투자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한순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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