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벤처기업 對 대기업 헬스케어 '알약 디스펜서' 진실게임] 알고케어 "기술 베꼈다…대기업 횡포 안돼"

정지원 알고케어 대표

해외제품 벤치마킹 주장하지만

이스라엘서는 출시조차 안돼

기술 도용 법정서 진실 가릴것

정지원 알고케어 대표가 12일 서울 중구 명보아트홀 알고케어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정지원 알고케어 대표가 12일 서울 중구 명보아트홀 알고케어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롯데헬스케어가 스타트업의 사업 아이디어를 베꼈다."(알고케어)




"알약 디스펜서는 공개된 범용 기술이라 베낄 이유가 없고 사업 모델도 다르다.”(롯데헬스케어)


헬스케어 스타트업 알고케어와 롯데그룹 계열사 롯데헬스케어가 벌이고 있는 건강기능식품 디스펜서(정량 공급기) 기술 도용 논란이 이슈가 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중소벤처기업부가 이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가운데 알고케어는 롯데를 상대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벼르고 있다. 롯데헬스케어도 기술 도용 의혹은 어불성설이라며 법정에서 진실을 가리겠다는 입장이다. 양사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만큼 알약 디스펜서 기술 도용 논란은 결국 법정 다툼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서울경제는 정지원 알고케어 대표와 우웅조 롯데헬스케어 사업본부장을 각각 만나 각 사의 주장과 쟁점에 대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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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헬스케어가 알고케어의 알약 디스펜서(정량 공급기)인 ‘나스’의 핵심 구조인 카트리지(알약을 넣는 통)의 일회용 토출구를 그대로 베낀 것이 명확합니다. 나스는 4㎜ 제형만 정량 토출이 가능하고 롯데헬스케어 제품인 ‘필키’는 여러 제형이 가능하기 때문에 표절이 아니라는 주장은 논점을 흐리는 것입니다.”

정지원(사진) 알고케어 대표는 12일 서울 중구 명보아트홀 알고케어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롯데헬스케어는 이스라엘 기업의 알약 디스펜서 ‘뉴트리코'를 벤치마킹했다고 주장하지만, 이 제품은 출시조차 되지 않았다"며 “알고케어의 나스를 보고 마음에 들어서 따라한 다음 외국 제품을 벤치마킹한 것이라고 말을 바꾼 것”이라고 주장했다.

2021년부터 롯데헬스케어와 알약 디스펜서 사업 협력을 논의해왔던 정 대표는 올 초 미국에서 열린 ‘세계가전전시회(CES 2023)’에서 머리를 한 대 얻어 맞은 느낌이었다. 롯데헬스케어가 CES2023에 출품한 알약 디스펜서 필키가 자사 제품과 유사한 점이 많아서다. 정 대표는 CES2023이 폐막한 후 ‘롯데헬스케어의 아이디어 탈취를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알고케어 누리집에 올렸고, 대기업의 스타트업 기술 탈취 논란이 일면서 뜨거운 이슈가 됐다. 이후 중소벤처기업부·공정거래위원회 등이 조사에 착수했고, 중재도 시도했지만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정 대표는 “롯데헬스케어는 알고케어의 영양제 디스펜서가 정수기처럼 범용적인 모델이기 때문에 아이디어를 도용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어딜 찾아봐도 쉽게 발견할 수 없을 정도로 영양제 디스펜서는 결코 흔한 모델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롯데헬스케어가 알고케어 제품을 표절하지 않았다면 알고케어와 협력 논의를 하기 전에 롯데헬스케어 자체적으로 작성했을 기획서를 공개하면 될 일인데 이를 미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확실한 증명 자료를 공개하면 될 일인데 이는 하지 않고 홈페이지도 없는 이스라엘 회사의 제품을 참고했다며 외국의 자료들만 내놓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 대표는 알고케어의 알약 디스펜서 단가가 롯데헬스케어가 기대했던 수준에 맞지 않아 협력이 무산됐다는 롯데헬스케어의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는 “롯데헬스케어와 사업 협력 논의를 하면서 단가 등 모든 조건을 맞춰줄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며 “제품에 알고케어 회사 로고를 넣겠다는 요구 하나만 들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마저 받아들여지지 않아 결국 협력이 결렬됐다”고 전했다.

정 대표는 롯데헬스케어와 공방전에서 결코 물러나지 않을 생각이다. 대기업과 싸우는 스타트업 입장에서 불리한 것들이 많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대기업이 스타트업·중소기업의 생태계를 존중하는 문화가 자리 잡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정 대표는 “대기업의 기술 도용 등 횡포가 비일비재하고, 피해를 입어도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게 스타트업의 현실”이라며 “롯데헬스케어가 시종일관 잘못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 조정이 불가능한 상황인 만큼 결국 법정에서 싸우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다”고 말했다.


김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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