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혼돈 부른 탄핵소추 오남용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치의 사법화는 늘 위험 동반

정치·사법 모두 궤도 이탈 우려

장관 책임 묻지 않을 수 없지만

국가 전체 불행한 선례 될 수도





어떤 좋은 제도도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다. 본래 취지는 선한 것이나 오남용 때문에 제도 자체가 불신받는 경우도 많다. 지금 대한민국의 탄핵제도가 안고 있는 우려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전까지 탄핵제도는 법조문에서만 존재했다. 당시 노 대통령의 민주당 탈당과 열린우리당 창당으로 인한 정치적 갈등이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요하는 대통령 탄핵소추를 가능하게 했다. 이에 대해 많은 국민이 촛불을 들고 나와 반대할 정도로 분노했고 결국 탄핵 후폭풍으로 제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민주당은 존립 위기에 몰렸다.



2016년에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가 있었다. 당시 최순실 사태에 대한 국민의 실망과 분노가 전국적인 촛불시위로 표출됐고 여당이 친박과 비박으로 분열되면서 다시금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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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는 노 대통령에 대해서는 기각결정을, 박 대통령에 대해서는 인용(파면) 결정을 내렸다. 당시 상황에서 헌재의 결정은 국민 다수의 기대와 일치하는 것이었기에 큰 무리 없이 수용될 수 있었다. 그러나 만약 헌재에서 반대의 결정이 나왔더라면 어땠을까. 헌재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도 있지 않았을까.

물론 당시 해결되기 힘든 정치적 갈등을 헌재의 탄핵 심판을 통해 비교적 무난하게 해소할 수 있었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 그러나 정치의 사법화는 항상 위험스러운 것이며 자칫 정치와 사법 모두가 정상적인 궤도를 벗어나게 될 우려가 있다. 그러므로 탄핵과 같은 불행한 사태는 최대한 억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2021년 임성근 판사에 대한 무리한 탄핵소추가 헌재에서 각하된 것에 이어 이번에는 최초의 국무위원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됐다. 이미 법조계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헌재에서 기각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는데 민주당은 왜 무리한 탄핵소추를 당론으로까지 정해 관철시켰을까.

이는 탄핵의 법적 효과보다 탄핵소추 자체의 정치적 효과를 기대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임 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이처럼 탄핵소추가 정치적으로 오남용되면 한편으로는 탄핵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이 쌓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정치 과정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를 헌재에 떠넘기는 정치의 사법화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그 결과는 정치의 부재와 사법의 과부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극심한 혼란이 될 것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부인하는 것이 옳은 태도는 아니지만 이에 대해 탄핵소추를 통해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것도 정상적인 문제해결이 될 수 없다. 이 장관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탄핵은 정치적·도의적 책임이 아닌 법적 책임을 묻는 제도이며 이 제도가 정치적으로 오남용되면 국가 전체의 불행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정치와 사법이 제 역할을 못하게 되면 양쪽 모두 혼돈에 빠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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