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을 경계, 감시하거나 불이익을 줄 목적으로 작성하는 블랙리스트. 특정 인물들을 감시, 차별할 목적으로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는 것은 대부분 불법이며 사회적으로 논란이 될 수 있다.
이처럼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 한 블랙리스트가 전라남도의 한 기초단체에서 불거지고 있다.
목포시 수의계약에 참여하는 중소업체들을 향한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적잖은 파장이 예고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전·현직 시장 간 진흙탕 싸움 과정에서 불거진, 사실상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라간 이들을 ‘적’이라고 규정하고 있다는 뒷말도 쏟아지고 있다.
◇“버텨야지” 블랙 통보에 망연자실
철저하게 익명을 요구하면서 자신이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중소업체들의 피해 사실이 담긴 음성 파일이 등장했다. 이 음성 파일을 토대로 서울경제의 취재가 시작되자 그동안 목포시에서 수의계약을 진행했던 중소업체들은 비밀을 철저하게 보장하는 조건 아래 블랙리스트에 대해 하나둘씩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부터 목포시 수의계약이 끊겼다는 A업체 대표는 자신이 블랙리스트라는 이야기를 듣고 한동안 먼 산만 쳐다봤다고 한다.
문제는 A업체의 경우 민선 7기(김종식 시장) 뿐만 아니라 민선 5기(정종득 시장), 민선 6기(박홍률 시장)때도 꾸준히 일(수의계약)을 해오던 곳이다. 민선 8기 선거 과정에서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모양새다. B업체 대표도 블랙리스트 존재를 분명히 밝혔다. 익명의 목포시의 한 관계자로 부터 “당신 업체는 블랙리스트여서 더 이상 수의계약을 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망연자실 했다고 한다.
B업체 대표는 취재 과정에서 당시 상황이 떠올랐는지 헛웃음을 지으며 “한번 블랙(블랙리스트)이 되면 화이트(화이트리스트)로 가기가 힘들다”고 하소연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버텨야지”라고 말하며 다시 한번 블랙리스트는 존재한다고 각인 시켰다.
또 다른 C업체는 “이번 목포시의 블랙리스트는 박홍률 시장을 지지했던 특정 업체들에게 특혜를 주기 위한 술수로 밖에 볼 수 없다”며 “지역사회에서는 앞으로 수의계약이 특정 업체에 쏠리고 있는지 철저하게 들여다 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명단은 누구 손에…균열된 목포
목포시의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말부터 시청 안팎에서 뒷말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중소업체들 사이에서는 지난 1월부터 계약 배제 업체들 리스트가 작성돼 주무부서에 내려간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익명을 요구한 목포시에 정통한 관계자는 블랙리스트는 SA급, A급, B급 등으로 구분돼 철저하게 불이익을 하게 하는 구조로 명단이 구성돼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블랙리스트 주장에 힘이 실린 배경에는 지난 6·1 목포시장 선거 과정에서 김종식·박홍률 두 전·현직 시장 측에서는 서로 고소 고발이 난무하면서 갈등 양상은 심했다. 그 동안 두 전·현직 시장은 목포의 발전 방향을 두고 사사건건 대립해 온 것은 물론 법의 잣대를 떠나 지역사회를 이분법 구조로 몰아 넣고 분열을 조장하고 있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실질적으로 전직 시장을 선거에서 도왔거나 민선 7기 당시 수의계약을 진행한 중소업체들은 자연스럽게 블랙리스트에 오를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에 따른 부작용도 상존하고 있다. 현재 박홍률 목포시장은 사법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하면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에 목포시의 한 관계자는 “블랙리스트에 대한 존재는 금시초문”이라며 “목포시에 주소를 둔 업체로 수의계약을 골고루 안배하고 있다”고 말했다.
“추잡한 선거 공작이나 기획 공작 거기에 함께 하는 사람들은 발본색원해서 목포에서 살아서는 안됩니다….” 박홍률 목포시장이 당선인 시절 누차 발언한 내용이다. 이번 블랙리스트 취재 과정에서 다시 한 번 이 발언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게 한다. 지난 선거 과정의 모든 것을 잊고 목포시가 하나로 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