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은행의 돈 잔치로 인해 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금융위는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지난해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른 이익 증가로 고액의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는 금융회사들을 공개적으로 질타한 것이다. 금융회사들은 “과도한 은행 때리기”라고 반발하면서도 추후 나올 대책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은행의 고금리로 국민들 고통이 크다”고 지적했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은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은행은 공공재적 성격이 있으므로 수익을 어려운 국민·자영업자·소상공인 등에게 이른바 상생 금융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향후 금융시장 불안정성에 대비해 충당금을 튼튼하게 쌓는 데 쓰는 것이 적합하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최근 수억 원의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는 은행들의 행태에 제동을 건 것이다.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는 지난해 약 15조 8500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은행들은 막대한 이익을 성과급 나눠 주기와 인력 재편에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희망 퇴직자들에게 법정 퇴직금과 희망 퇴직금을 합쳐 6억~7억 원에 달하는 돈을 지급했다. 일반 직원들도 300~400%에 달하는 성과급을 받자 과도한 돈 잔치라는 여론이 분출됐고 결국 윤 대통령까지 나서 공개적으로 경고한 것이다. 지난해 은행들의 호실적이 경영 성과가 아닌 금리 인상에 따른 효과인데 과도한 돈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게 윤 대통령의 시각이다.
윤 대통령의 발언이 전해지자 금융권에서는 억울하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은행들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어려워진 자영업자·서민들을 돕기 위해 ‘새출발기금’과 ‘안심전환대출’, 금리 인하 등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왔다고 강변했다. 그럼에도 지난해의 경영 실적만이 부각돼 마치 은행들이 모두 비도덕적인 집단인 것처럼 내몰리는 데 대해 은행권은 큰 우려를 표명했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사회 공헌 등을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있고 충분히 의지도 있다”며 “그럼에도 대통령 발언에서 거듭 ‘은행’이 거론되다 보니 사회적으로 낙인 찍히는 기분”이라고 호소했다.
은행권은 윤 대통령이 언급한 충당금도 이미 상당 수준으로 쌓아 건전한 상태라고 전했다. 은행권은 평균 대손충당금 적립률을 꾸준히 올려 지난해 9월 말 기준 223.9%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에도 대형 은행들은 1000억~2000억 원의 추가 충당금을 적립했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금융 당국이 특별 대손준비금 적립 요구권도 도입하기로 했다. 코로나19 금융 지원 착시 효과로 부실채권 규모가 과소평가됐을 수 있다고 우려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윤 대통령이 은행의 고금리 문제 등을 지적함에 따라 금융 정책 당국은 추가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조만간 관계 부처 장관급이 참석하는 회의를 열고 국민들의 금리 부담 완화 대책을 직접 챙길 예정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비상민생경제회의에서 관계 기관의 보고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들도 금융 소비자들의 이자 부담을 분담하는 방향으로 더 기여할 것을 요구 받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윤 대통령은 금리가 가파르게 뛰던 지난해 7월에도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고 금리 부담을 거론하며 “사회적 약자에게 전가돼서는 안 된다”고 지시했다. 이후 금융위는 자영업자·소상공인 맞춤형 금융 지원과 대환 프로그램 도입, 코로나19 맞춤형 ‘채무조정프로그램(새출발기금)’ 등 대책을 연이어 발표했다. 금융 당국도 후속 대책 마련에 들어갈 계획이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언급한 만큼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 (구체적인 대책을) 예단하거나 확정적으로 얘기할 수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