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사 10곳 중 7곳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에 대한 모호한 평가 개념 및 상이한 평가 방식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경제가 경영자총협회·코스닥협회와 함께 30개 주요 상장사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기업의 36.6%가 ESG의 모호한 범위와 개념을 경영전략 수립의 최대 애로 사항으로 꼽았다. 평가 기관 난립에 따른 상이한 평가 방식에 부담을 느낀다는 응답도 30%에 달했다. 전체 기업의 67%가량이 ESG 고무줄 잣대 등으로 혼란을 겪는 셈이다. 추가 비용 등 기타 의견을 낸 기업도 26.8%나 됐다.
ESG 경영은 이미 피할 수 없는 대세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전 세계에서 ESG를 투자 지표로 활용하는 자금은 2020년 40조 5000억 달러에서 2030년 130조 달러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ESG에서 뒤처지면 투자를 받기도 어렵다. 하지만 ESG 평가 기관이 전 세계적으로 130개에 이르고 각 지역에서 활동하는 기관들까지 포함하면 600개를 웃돈다. 국내에만도 30~40개의 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평가 기관들이 컨설팅 업무까지 수행하면서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아 기업들로서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과도한 자문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오죽하면 외부 컨설팅이 기업 경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율이 37%에 달하겠는가. 전담 부서도 갖추지 못한 채 연평균 1억 3400만 원의 컨설팅 비용을 떠안아야 하는 중소기업들이 ESG 경영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유다.
정부는 평가 기관 난립에 따른 기업들의 부담을 해소해 바람직한 ‘ESG 경영’을 위한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관마다 제멋대로 적용하는 기준을 바로잡고 자격 요건도 강화해 지속 가능하고 공정한 평가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자율적 평가 모델과 업종별 배점 기준 등을 담은 가이던스를 서둘러 만들어야 시장의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 기업의 규모와 특성을 고려해 ESG를 평가·점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법제화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금융 당국이 2025년부터 자산 총액 2조 원 이상 상장사를 대상으로 추진하는 ESG 공시 의무화도 이런 투명성과 신뢰성이 뒷받침돼야 제대로 실현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