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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기자의 트래블로그] 말로만 K컬처·관광 융합, 인식 바뀌어야 성공한다


12일 일요일 점심 약속차 서울 종로구 원서동에 갔다. 원서동은 창덕궁 담장 옆 한옥들이 아름다운 동네다. 한참을 올라가는데 길을 막는 사람이 있는 게 아닌가. 무슨 드라마를 찍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한시가 급한데 그냥 밀치고 갈까도 생각했다. 저쪽에서 조장인 듯한 사람이 “사람들 못 지나가게 해”라고 소리를 지른다. 그의 말에서 예의를 찾기는 어렵다. 촬영 중인 배우들을 보니 익숙한 얼굴도 아니다. 날이 풀어지니 종종 시내에서 길을 막고 드라마나 영화 촬영을 하면서 통행을 방해한다.

이날 촬영장을 지나가면서 문득 윤석열 정부가 한국 관광을 위해 내걸고 있는 ‘K컬처(한국 문화)와 관광의 융합’ 슬로건이 떠올랐다. K컬처를 관광에 적극 활용하자는 의미다.



서울 중구 청계천에는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관광 홍보관 ‘하이커그라운드’가 있다. 이 건물 3층에는 ‘한류 콘텐츠로 떠나는 대한민국 여행’을 주제로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관광지를 소개하는 코너가 있다. ‘오징어 게임’ ‘킹덤’ ‘지금 우리 학교는’ 등 넷플릭스 작품이 대부분이다. 전시가 특정 기업에 너무 편중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공사 측은 “지식재산(IP)을 지원하는 데가 많이 없어서”라고 해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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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관광 현장의 상황은 좀 더 복잡하다. 관광 업계는 K팝이나 영화·드라마를 관광에 이용하려고 해도 이들 IP를 갖고 있는 연예기획사에서 꺼린다는 불만을 가지고 있다. 물론 기획사 측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 비싼 연예인을 동원해 어렵게 만든 IP를 지켜야 하고 희소성도 보호해야 한다.

관광 업계에서는 올해로 20주년을 맞는 드라마 ‘겨울연가’의 신화가 지금 상태에서는 재연되기 어렵다고 본다. ‘겨울연가’는 2003년 일본에 방영되면서 한류 붐을 점화시켰다. 이에 업계는 남이섬이나 용평리조트 등에서 ‘겨울연가 촬영지 투어’라는 이름으로 프로모션을 했었다. 국내에 IP 개념이 정립되기 전이다. 지금은 확연히 달라졌다. 예를 들어 ‘재벌집 막내아들’이나 방탄소년단(BTS) 관련 투어를 만들기가 어렵다고 한다.

영화·드라마 활용이 어려운 이유는 또 있다. 최근 드라마는 방송 주기가 크게 짧아졌다. 하이커그라운드의 넷플릭스 전시 작품들도 한참 된 듯하다. 관광 업계에서는 최소 6개월은 영화·드라마가 인기를 끌어야 상품을 구성하고 모객이 가능하다고 한다. 단발성인 K팝 콘서트를 관광객 모집과 엮는 것도 쉽지 않다.

업계에서는 “K컬처를 이용하기 싫어서 안 한 것은 아니다.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기획사 등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요청하고 있다.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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