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한국 주택사를 정리한 ‘한국주택 유전자’를 집필해 지난해 한국건축문화대상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박철수 서울시립대 교수가 14일 오후 별세했다. 향년 64세.
서울 출생인 고인은 서울시립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전신인 대한주택공사에서 근무하다 모교에 부임해 후학들을 가르치면서 한국 주택건축사를 중심으로 주거론과 주거문화를 연구해 왔다. 대통령 자문 건설기술건축문화선진화위원회 위원과 서울시 건축정책위원회 위원, 국회 청사관리위원회 위원, 대학건축학회·한국건축학회·한국도시설계학회 이사 등을 지냈다.
고인은 2020년 5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제6기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했고 2020년 5월부터 국립도시건축박물관 추진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었다. 저서로는 ‘아파트의 문화사’를 비롯해 ‘아파트: 공적 냉소와 사적 정열이 지배하는 사회’, ‘근현대 서울의 집’, ‘박철수의 거주 박물지’ 등 주택·건축 관련 책 50여 권을 펴냈다. 그가 집필한 책들은 투자 대상이 아닌,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는 일상의 현장인 주택에 주목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고인이 2021년 펴낸 ‘한국주택 유전자’는 그동안 한국 건축사가 주로 다뤘던 미술관이나 관공서, 작품성이 강한 단독주택에 머물지 않고 보통 사람들이 삶의 터전으로 삼아온 공동주택도 아우르는 등 한국의 주거사를 총정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이 책을 바탕으로 서울경제신문이 후원한 한국건축문화대상 국무총리상(건축문화진흥 부문) 뿐 아니라 제 4회 롯데출판문화대상 본상도 받았다. 고인은 투병 중에도 집필을 계속해 다음 달 한국 최초의 단지식 아파트인 서울 마포주공아파트에 대해 기록한 책이 출간될 예정이다.
유족으로는 부인과 2녀가 있다. 빈소는 분당서울대병원 3호실에 마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