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생 사이에서 동서식품은 '식품업계 삼성'으로 통한다. 국내 식품기업 평균의 3배 가량인 14% 수준의 영업이익률로 임직원에게 높은 처우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맥심'으로 대표되는 국내 믹스커피(조제커피) 시장점유율이 90%에 육박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처럼 잘 나가는 가운데서도 동서식품은 3년 전 체질 개선에 돌입했다. 믹스커피를 즐기는 소비자 연령층이 점점 고령화 하면서 매출이 정체 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시장 조사 끝에 동서식품이 선택한 카드는 캡슐 커피였다. 믹스커피 절대 강자에 안주하지 않고 글로벌 브랜드와의 정면 승부에 나선 것이다. 특히 공학도 출신인 김석수(69·사진)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토종 캡슐커피'를 개발에 나섰다. 김 회장은 서울대 자원공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애리조나주립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4일 동서식품이 출시한 '카누 바리스타'는 2020년 신사업 태스크포스(FT)팀을 꾸리고 연구개발을 시작해 3년 만에 내놓은 캡슐커피다. 동서식품이 캡슐커피 시장에 뛰어든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1년 합작사인 크래프트(현 몬델리즈)가 보유하고 있는 독일 캡슐커피 '타시모'를 국내에 선보인 바 있다. 당시 배우 이나영을 모델로 발탁해 공격적인 영업에 나섰지만 당시 캡슐커피 머신 보급률이 낮았던 탓에 시장에 안착하는데 실패했다.
그 사이 시장은 급속도로 변했다. 1%에 불과했던 가정용 캡슐 커피 머신 보급률은 지난해 10% 안팎을 기록한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반면 맥심 등 믹스커피 시장규모는 9182억 원에서 2021년 7490억 원으로 매년 하향세다. 같은 기간 동서식품의 매출도 1조 5280억 원에서 1조 5495억 원으로 1% 늘어나는데 그쳤다. 동서식품은 국내 믹스커피 시장의 88%를 차지하고 있다.
동서식품은 캡슐커피로 '커피 제왕'의 명성을 되찾겠다는 포부다. 특히 선발주자인 다국적 기업 네슬레의 네스프레소 및 네스카페 돌체구스토, 일리와 경쟁하기 위해 토종 캡슐커피라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동서식품은 '한국인을 위한 캡슐커피'를 만들기 위해 공을 들였다. 경쟁 제품 대비 약 1.7배 많은 9.5g의 원두를 캡슐에 담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 대표적이다. 에스프레소보다 아메리카노를 즐기는 한국 소비자들을 겨냥한 전략이다.
캡슐커피 머신 시장도 함께 공략한다. 앞서 동서식품은 캡슐커피뿐 아니라 캡슐커피 머신 관련 기술 특허를 출원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공학도 출신인 김 회장의 아이디어가 다수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이번 캡슐커피 발매를 통해 카누는 가정과 사무실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소비자들이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커피의 대명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