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주거의 버팀목’인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이 중단되지 않도록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 배수 상한을 높이고자 하는 법 개정 작업이 제자리걸음이다. 대안으로 꼽히는 주택도시기금의 출자도 진척이 없는 상태다.
14일 국회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6명이 발의한 주택도시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이날 열린 국토교통위 소위에 회부되지 못했다. 박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HUG의 보증 배수를 높이는 법안은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지만 보증이 중단되는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선제적 대응”이라며 “그럼에도 앞서 발의된 다른 법안들 처리에 밀려 일단 이번 2월 임시국회에서 논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해당 개정안은 폭증하고 있는 ‘깡통 전세’에 대응하기 위해 HUG의 보증 배수를 현행 60배에서 70배로 늘리는 내용을 담았다. 현행법상 HUG는 자기자본 대비 보증 금액의 비율을 뜻하는 보증 배수가 60배를 넘을 수 없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HUG 보증 배수는 54.4배까지 올라와 있다. 그러나 이번 달 소집된 임시국회 역시 여야 간 합의를 통해 어렵게 마련한 의사 일정인 만큼 국회는 다음번 상임위 소위가 언제 열릴지는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설령 이 개정안이 국토위 소위와 전체 회의를 무난하게 거친다고 하더라도 입법에는 수개월은 족히 필요하다.
정부는 보증 배수를 산출하는 시점이 결산 이후라는 이유를 들어 법 개정 데드라인을 ‘올해 말’로 잡고 있다. 그러나 HUG가 집주인을 대신해 세입자에 돌려준 전세보증금 대위 변제액은 지난해 7월 564억 원에서 매달 눈덩이처럼 불어나 올해 1월에는 1692억 원까지 증가했고 회수율도 20%대로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금 출자와 같은 대안 마련이 상반기 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HUG가 안정적으로 보증 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보증 배수(55배)를 유지하려면 1조 6841억 원의 자본 확충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주택도시기금의 출자나 정부 예산 편성 등의 방안은 기획재정부와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면서도 “(재정 건전성 확충이라는) 방향성은 두 부처 모두 공감하고 있지만 진행 시기는 확실치 않으며 되더라도 상반기 내에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