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만원 지하철에서 근처에 있었다는 이유로 성추행범으로 몰린 남성이 2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2부(맹현무 김형작 장찬 부장판사)는 이날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남성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020년 11월 서울에서 출근시간대 지하철을 탔던 여성 B씨는 누군가 자신의 엉덩이를 만졌다고 느꼈다. B씨는 왼쪽 뒤편에 있던 A씨를 보고 그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B씨는 “지금 어디를 만지는 거냐”고 항의하며 A씨를 잡으려 했으나 그는 그대로 지하철에서 내렸다. 이후 B씨는 A씨를 뒤따라가 붙잡고 큰소리로 말을 했다. 그제서야 A씨는 귀에 꽂고 있던 무선이어폰을 빼고 “이어폰을 끼고 있어서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A씨는 얼마 후 현장에 도착한 경찰의 임의동행 요구에 응했다.
B씨는 경찰 피해자 조사에서 “누군가 엉덩이를 만진 직후 돌아봤을 때 A씨와 가장 가까웠다”며 “다른 승객들이 많이 내리고 마지막쯤에 내리는 거라서 승객들이 밀착한 상태도 아니었다. 가까이에 있는 사람은 A씨 뿐이었고, 다른 사람들이 팔을 뻗어서 제 엉덩이를 만질 만큼 꽉 붐비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A씨는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A씨는 “겨울이라 마스크 때문에 김이 서릴까 봐 안경을 상의 왼쪽 호주머니에 넣고 탄다. 왼손에 휴대전화를 들고 오른손은 안경을 보호하기 위해 가슴에 붙이고 있다”며 “항상 같은 자세로 지하철을 타고, 내릴 때도 마찬가지다. 모르는 여성의 엉덩이를 만진 적 없다”고 했다.
지하철역 내 폐쇄회로(CC)TV에는 두 사람이 지하철에서 하차하는 모습이 확인됐다. 영상에는 B씨의 진술과 달리 많은 승객이 지하철에서 하차하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하지만 경찰은 A씨를 추행 혐의로 보고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 또한 그를 재판에 넘겼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는 B씨의 진술이 경찰 조사 때와 사뭇 달랐던 게 큰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하철 내에 사람이 많이 없었다고 주장한 B씨가 재판에서 만원일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고, 하차할 때도 자신의 뒤편이 북적거렸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2심 재판부는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을 유지했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B씨 엉덩이를 만졌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피해자 B씨의 추측성 진술로 A씨에게 유죄를 선고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상고를 포기, A씨는 2년여 만에 무죄가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