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中, IPO 등록제 시행 초읽기…주가 상승도 본격화?[김광수의 中心잡기]

연초부터 외국인 자금 대거 유입

자본시장 개혁, 자본 유입 본격화

기업의 자금 조달 방식 달라질 듯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트레이더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AFP연합뉴스.뉴욕 증권거래소에서 트레이더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올해 주식시장이 예상보다 좋은 성적표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연초 대비 나스닥지수는 12.68% 상승했고 상하이 종합지수와 홍콩 항셍지수는 각각 6.60%, 6.73%가 상승했습니다. 놀랄만한 수준은 아닐지 모르지만 아직까지는 전문가들의 전망을 빗나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해 올해 증시를 예상할 때만 해도 세계 경제가 침체를 겪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통화 긴축에 따른 실물경제 악화로 상반기에 증시가 약세를 보이다가 하반기에나 회복하는 ‘상저하고’를 예상한 전문가들이 대다수였습니다.

외국인 투자 늘어난 중국 증시


인플레이션 우려까지 더해졌지만 예상과 달리 증시는 연초부터 상승 랠리를 달리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 시장으로 뭉칫돈이 흘러들어오고 있습니다.

미국 경제매체인 CNBC는 중국 본토와 홍콩 등 중화권 증시로 유입된 글로벌 자금 규모가 2018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이머징마켓포트폴리오리서치(EPFR)의 집계에 따르면 해외 펀드 매니저들은 1월 25일까지 4주 동안 중국 증시에서 13억 9000만달러(약 1조 7315억원), 홍콩 증시에서 21억6000만달러(약 2조 6907억원)를 사들였습니다. 코로나19가 확산된 3년을 포함해 지난 5년간 펀드 매니저들이 중국 시장을 이렇게 긍정적으로 평가한 적은 없었다고 합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는 말처럼, 때마침 중국 당국은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편에 나설 계획입니다. 중국 증시로의 자금 유입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됩니다.

지난 2일 중국 증권관리감독위원회는 홈페이지를 통해 “당 중앙과 국무원은 최근 주식발행등록제 전면 실시 종합시행계획을 승인했다”며 "최초 공개발행 주식등록 관리방법 등 주요 제도 규칙 초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의견을 구한다"고 알렸습니다.

초안을 공개하고,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수정 또는 개정을 한 후 시행될 예정입니다.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지만 3월 열리는 중국 최대 정치 이벤트인 양회에 맞춰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입니다.

中 본토 IPO, 허가제→등록제


이번 주식발행등록제의 주된 내용은 IPO를 추진할 때 증감위로부터 허가를 받는 것이 아니라 필요 서류만 제대로 제출하면 상장할 수 있게 하는 데 있습니다.

증권거래소는 기업이 발행·상장 조건, 정보공개 요구 사항을 충족하는지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증감위는 거래소 의견을 토대로 20 영업일 이내에 등록 동의 여부를 결정하게 됩니다. 기존 허가제를 등록제로 변경하는 것이고, 기간은 한 달 안팎으로 단축될 전망입니다.

이미 작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리커창 총리가 업무보고를 통해 "주식 발행 등록제를 전면 실시하겠다"고 예고했는데, 다시 시기가 늦춰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전환하면 상장 절차와 시간이 단축돼 기업의 자금 조달이 용이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자금 조달을 하려는 기업이 은행 대출이 아닌 주식 시장으로 더 많이 모이게 되면 그만큼 주식 시장도 활성화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증감위는 "등록제 개혁의 본질은 선택권을 시장에 맡기는 것이다. 규제당국은 더 이상 기업의 투자가치를 판단하지 않는다. 정부와 시장의 관계 조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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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업들은 주요 선진국과 달리 자금 조달을 할 때 은행 대출과 같은 간접금융으로 70% 이상을 마련합니다. 주식이나 회사채 발행과 같은 직접금융 비중은 30%에 못 미치는데, 미국의 절반 수준입니다.

그렇다 보니 중국 기업의 부채 비율은 상대적으로 높은 편입니다. 특히 민영기업이나 중소기업은 은행 문턱을 넘는데 더 부담이 큽니다.

은행이 아닌 자본시장에서의 자금 조달을 위해 상장을 검토하지만 허가 요건이 까다롭고 시간이 오래 걸리다 보니 그동안 미국이나 홍콩 증시에 상장하는 게 일반적이었죠. 그런 배경에서 중국 당국은 자국 기업의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이 쉽도록 정책을 변화하고 있습니다. 커촹반, 촹예반, 베이징거래소 등 기업 규모나 특성에 따른 거래 환경을 세분화하는 것도 같은 목적입니다.

IPO 등록제가 대표적이죠. 상장에 따른 절차를 간소화하고 시간을 단축시켜주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선 예측 가능한 자금 조달 일정을 수립할 수 있습니다.

2019년 7월 출범한 상하이거래소의 커촹반이 IPO 등록제를 시행했고, 2020년 8월 선전거래소의 촹예반, 2021년 11월 출범한 베이징거래소도 IPO 등록제를 도입했습니다.



중국 증시, 어떻게 변하나?


등록제가 시행되면 금융 당국인 증감위의 권한이 시장 운영 주체인 거래소로 옮겨갈 것으로 보입니다. 거래소가 상장 심사를 하고 증감위에 사후 보고하는 형식입니다.

다만 심사 과정에 문제가 발견되거나 하면 증감위가 최종 결정을 하기로 했기 때문에 등록했다고 100% 상장이 된다고 보긴 힘들 수도 있습니다. 2020년 마윈의 앤트그룹이나 2021년 지리자동차가 요건을 다 갖췄음에도 상장이 지연돼 최종 상장을 못했던 전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허가제 대비 상장이 쉬워지는 것은 명확해 보입니다.

제도가 개편되면 메인보드에선 신주 상장 후 5거래일 동안 상하한가 제한이 없어집니다. 현재는 메인보드 IPO 첫날 상하한가 규정이 각각 44%, 36%로 돼 있습니다. 6거래일째부터 가격 제한 폭은 10%로 조정됩니다. 커촹반, 촹예반은 상하한가 폭이 20%, 베이징거래소는 30%인 것과 차이가 있죠.

지난달 19일 기준 상하이와 선전거래소 메인보드에 IPO를 대기중인 기업은 상하이 171개사, 선전 124개사 등 총 295개사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은 물론 추가로 상장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 자금조달이 쉬워질 전망입니다.

부동산 시장 침체, 글로벌 경기 둔화, 해외 수요 감소 등에 따라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시중 자금을 증시로 유입시키겠다는 의도가 엿보입니다. 중국에서 IPO가 쉬워지면 해외로 향하는 자금의 발길을 국내로 돌리는 효과도 노릴 수 있겠죠.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중국 정부의 노력이 과연 증시 호황으로 이어질지 주목됩니다. 연초부터 중국 증시로 몰려들던 외국인 자금은 잠시 숨고르기를 하는 중입니다. 중국 증권사들은 1차 상승 후 단기 조정을 거쳐 재 상승 곡선을 그리는 N자형 흐름을 전망하고 있다고 합니다.

중국의 새로운 주식발행제도가 도입돼 중국 증시의 상승세를 가속화 시킬 수 있을 지 주목됩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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