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세금을 재원으로 외환보유액을 운용하는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가 지난해 38조 원이 넘는 손실을 본 것으로 확인됐다. 2005년 출범 이후 역대 최악의 성적표다.
1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의원이 KIC로부터 제출받은 '2022년 투자현황·운용실적' 자료에 따르면 KIC의 작년 연간 투자손실액은 297억 달러(약 38조 원)였다. 수익률이 가장 크게 떨어진 것은 주식(-19.27%)과 채권(-16.65%) 등 전통자산 부문이다. 총 -17.58% 손실이 발생하면서 KIC의 연간 총자산 수익률도 역대 가장 낮은 -14.36%까지 떨어졌다.
2005년 출범 이후 누적 손익도 2021년 말 879억 달러(약 104조6000억 원)에서 지난해 말 582억 달러(약 73조8000억 원)으로 34%나 줄었다. KIC는 2017년 이후 최근 5년간 2018년(-3.66%)을 제외하고 연간 10%안팎의 수익률을 기록해 왔다. 사실상 지난해 대규모 손실로 최근 2년 동안 낸 수익의 대부분을 날린 셈이다.
KIC는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의 자금을 받아 해외 자산에만 외화로 투자한다. KIC는 역대급 손실의 배경에 대해 "지난해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로 주식과 채권이 동반 하락했다"며 "특히 강달러로 달러 기반 투자기관인 KIC에는 악영향이 더 컸다"고 설명했다.
양경숙 의원은 "KIC의 설립 목적은 정부와 한국은행, 공공기금 등으로부터 위탁받은 자산을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것"이라며 "이런 국부펀드가 역대 최저 수익률을 기록한 것은 공사의 투자 역량 부족"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