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는 군부대에서 신증후군출혈열을 비롯한 급성열성질환을 조기에 진단하는 등 신속한 대응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국방부장관에게 장병의 생명권과 건강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신증후군출혈열에 대한 관리체계를 확립하라고 지난달 26일 권고했다고 15일 밝혔다.
인권위는 급성열성질환에 대한 군 당국 체계를 점검하고자 지난해 7월 직권조사 개시를 결정했다. 이는 지난 2020년 8월 야외훈련 중 신증후군출혈열에 걸려 입원 치료를 받던 육군 병사 A씨가 사망한 뒤 군 검찰이 감염을 조기에 식별하지 못한 군의관을 무혐의 처분하자 처벌을 촉구하는 진정이 인권위에 제기되면서 이뤄졌다.
급성열성질환에 감염되면 초기에 고열·두통·반점·설사·구토 등 증상이 나타나다 전신증상으로 이어진다. 심하면 쇼크 증상을 보이다가 심한 탈수·쇼크·폐합병증으로 사망할 수 있다. 야외활동 중 주로 감염되는 쓰쓰가무시증, 신증후군출혈열 등이 대표적이다.
인권위 직권조사 결과 사단급 부대 대부분이 급성열성질환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발열 진단 감별 키트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인근 국군병원이나 민간병원에 위탁해 검사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군의 최근 5년 간 감염 통계에 따르면 사단 의무대에서 급성열성질환 확진 판정을 내린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대부분 사단 의무대의 상급병원인 군 병원에 가서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인권위는 사단급 의무대가 증상의 심각성을 간과하고 문진 등을 통해 증상의 원인을 빠르게 파악해 집중 치료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탓이라고 봤다.
또 A씨 사망 이후 군은 위험지역(경기·강원 전 지역·질병 발생지역 부대) 장병만을 대상으로 하던 신증후군출혈열 예방백신 접종을 전 장병으로 확대했다. 그러나 군은 연 3회 이뤄져야 하는 백신접종 이력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있었다.
A씨 사망 당시 담당 군의관은 A씨의 체온이 39도 이상임을 인지하고도 ‘군 발열환자 관리지침’과 달리, 차상급 의료기관으로 즉각 후송하지 않고 다음 날 오전에야 이송했다. 이에 인권위는 급성발열환자를 인근 병원으로 후송할지 여부를 판단할 때 군 발열환자 관리지침을 위반해 환자의 이송을 지체하는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실태를 종합해 인권위는 전 장병에게 신증후군출혈열의 위험성·예방의 중요성을 알리고 지휘관에게 접종 이력 관리의 중요성을 주지시키라고 국방부 장관에게 권고했다.
또 국군의무사령부를 중심으로 관리체계를 확립하고 사단급 의료진이 발열환자 진료시 검사장비를 적극 활용하고 군의 특성을 고려해 야외 활동이력 등을 파악하는 등 구체적으로 문진하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