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가 14일 주최한 ‘양자 기술의 현주소와 미래 전략과제’ 특별 토론에서 산학연 전문가들은 양자 인프라 구축과 소재·부품·장비 산업 육성을 강조했다.
손영익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는 “현재의 양자 인프라로는 선도국과 격차가 점점 더 벌어져 10년 후에는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라며 “현재 대학과 정부출연연구원에 반도체 등의 연구를 위한 클린룸이 있어도 폐쇄적으로 운영돼 인프라를 공유할 수 없다. 개방형·공유형 클린룸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역설했다. 손 교수는 이어 “미국 등 해외에서 20여 년 전부터 이 인프라를 구축해 성과를 냈다”며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 미국 하버드대와 시카고대, 네덜란드 델프트공대 등을 참고해 유사하거나 우월한 개방형 클린룸을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클린룸 시설을 신규로 구축하려면 수백 억~1000억 원대가 들지만 기존 반도체 클린룸 시설을 증축해 양자 연구자들과 효율적으로 공유하게 되면 예산 감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용호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초전도양자컴퓨팅시스템연구단장은 “초전도 양자컴퓨터 연구개발(R&D)의 경우 극저온 냉동기, 고주파 신호 측정 제어 장치 등 고가 장비가 필요하다”며 “국내 기술 수준이 낮아 전량 핀란드·스위스·이스라엘·미국 등에서 수입한다”고 전했다. 이 단장은 이어 “국내에서 장비 시험 제작·검증·평가 시스템을 잘 갖춰야 장기적으로 양자 소부장 기술 자립이 가능하다”며 “스위스 취리히의 한 유명한 RF 장비 회사는 취리히연방공대에서 평가해줘 성능을 최적화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박현민 표준연 원장은 “당장은 힘들어도 출연연 등에서 벤처·스타트업의 혁신 제품을 써 기술 수준을 업그레이드할 기회를 주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주정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양자기술연구본부장은 “양자컴퓨터 개발에서 브레이크스루(돌파구) 기술은 초전도박막 등 소재에 있다”며 “10년 이상 긴 호흡으로 소부장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