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5년부터 유럽연합(EU)에서 신형 내연기관 승용차 판매 금지가 확정됐다. 중국에 이어 전기차 시장 세계 2위 규모인 유럽에서 전기차 전환이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완성차 업계는 유럽에서 친환경차 점유율을 확대하며 규제를 기회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유럽의회는 지난해 EU 회원국들이 승인한 탄소 배출 규제 합의를 담은 법안을 14일(현지 시간) 승인했다. 앞으로 완성차 업체들은 2030년까지 새로 나오는 승용차와 승합차의 탄소 배출량을 2021년보다 각각 55%, 50% 줄여야 한다. 또한 2035년까지는 탄소 배출이 없는 신차만 출시해야 한다. EU 지역에서 2035년부터 휘발유나 디젤을 사용하는 내연기관 승용차나 승합차 판매가 사실상 금지된 셈이다.
유럽의회는 이날 트럭, 장거리 주행 버스 등 대형 상용차의 탄소 배출 규제 법안도 공개했다. 이 법안은 대형 상용차의 탄소 배출량을 2040년까지 2019년보다 90% 줄이도록 규정하고 있다. EU 회원국과 유럽의회의 승인을 거쳐 발효된다.
업계에선 EU의 규제 강화로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전동화 전환이 더욱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기차 시장조사 업체 EV볼륨스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순수전기차(BEV)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량(PHEV) 판매량은 55% 늘어나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의 약 13%인 1000만여 대를 기록했다. 중국에 이어 세계 제2의 전기차 시장인 유럽에서는 지난해 자동차 판매량 중 전기차 비중이 20%를 넘어섰다.
현대차(005380)그룹은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전기차 점유율 확대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현대차·기아(000270)는 2035년을 전후로 대부분 지역에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전동화 계획을 선언한 바 있다. 2040년엔 전 세계 시장에서 완전 전동화를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이를 위해 2030년까지 17종 이상 전기차 라인업을 구축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 187만 대, 점유율 7%를 달성할 계획이다. 기아는 2030년 120만 대 판매를 목표로 잡았다.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는 2025년부터는 수소·배터리 전기차만 신차로 내놓고 2030년에는 내연기관차 판매를 완전히 중단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친환경차를 중심으로 유럽에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어 내연기관차 금지를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복안이다. 실제로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독일 등 유럽 주요 10개국에서 총 9만 6988대의 BEV를 팔아 점유율 10%를 달성했다. 글로벌 완성차 그룹 중 폭스바겐그룹·스텔란티스·테슬라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전기차를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유럽은 폭스바겐을 중심으로 자국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편”이라면서도 “현대차그룹이 내연기관차보다는 전기차 시장에서 선전을 펼치고 있어 성장세가 주목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