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 직전 먹으면 정자 활동을 멈춰주는 남성용 피임약이 머지 않아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14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웨일코넬의대 연구진은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를 통해 최근 호르몬에 영향을 주지 않고 정자의 움직임만 멈출 수 있게 하는 ‘TDI-11861’을 개발했다고 전했다.
연구진은 쥐를 대상으로 한 동물 실험을 통해 정자가 몇 시간 동안 기절 상태를 유지해 난자에 도달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약효는 약 3시간 동안 지속됐으며 24시간이 지나자 효과가 거의 사라졌다.
정자 운동을 활성화하는 스위치는 수용성 ‘아데닐릴 사이클레이즈(sAC)’라 불리는 세포 신호전달 단백질로, 해당 피임약은 이 단백질을 억제하거나 차단해 정자의 움직임을 막는 것이다.
특히 여성 피임약과 달리 호르몬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게 신약의 장점이다.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결핍이나 기타 호르몬 관련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구를 담당한 멜라니 발바흐 박사는 이 피임약에 대해 “사용하기 쉽고, (정자가) 원래 상태로 곧 돌아간다는 걸 확인했다”며 “남성들이 필요한 상황에, 필요한 만큼 자주 복용함으로써 일상적으로 적절한 피임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셰필드 대학의 남성의학과 교수인 앨런 페이시 박사는 “남성용 경구피임약 개발을 위해 수년간 많은 실험과 연구가 있었지만, 아직 출시된 제품은 없다”며 “동물 실험과 동일한 효능이 인간에게도 적용된다면 우리가 찾던 남성 피임법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다수 전문가들은 “피임약이 성병을 막지는 못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콘돔 착용을 권장했다.
한편 다른 연구진들은 정자 표면의 단백질을 차단하는 등 정자의 움직임을 막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