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변’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이 성장하면서 어떤 성질이 반대 방향으로 변한다는 인터넷 용어다. 주로 부정적 의미로 쓰이는 역변과 달리 그 반대 의미인 ‘정변’은 사람들의 인정을 받았을 때 쓰인다. 그런 의미에서 장하나(31)는 팬들이 인정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표 ‘정변’ 선수다.
열 두 살에 한국여자오픈 최연소 컷 통과 기록을 쓴 장하나는 초등학교 6학년이던 2004년 제주도지사배, 송암배, 한국여자주니어선수권 등 굵직한 대회를 제패하며 주니어 무대를 평정했다. 당시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는 장하나의 스윙을 보고 “더 이상 가르칠 게 없다”고 극찬했다. 그리고 이제 KLPGA 투어 주요 역대 기록에서 빠짐없이 이름을 올리며 역사를 써 내려가는 투어 간판 선수로 성장했다. 2023시즌 국내 개막을 앞두고 현재 태국에서 겨울 훈련 중이다.
장하나는 “발목 부상은 10년 동안 우승할 때도 있었던 부상이다. 발목 때문에 성적이 안 났다고 하기엔 핑계인 것 같다”고 했다. 사실 장하나는 지난해 시즌 중 스윙 교정에 들어갔다. 그는 “지난해 투어를 오래 뛰고 골프를 더 쉽게 하기 위해서 시즌 중 스윙을 수정했다”면서 “스윙 궤도를 업라이트한 스윙에서 완만하게 만들었다. 구질도 페이드에서 드로로 바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스윙에 변형을 준 게 원인이었던 것 같지만 10년 동안 정확성이 높은 샷으로 경기를 해왔기 때문에 큰 미스에 대해 커버할 수 있는 경험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지난해 10년 만에 우승 없는 낯선 시즌을 보낸 데 대한 설명이다. 2011년 KLPGA 투어에 데뷔한 장하나는 이듬해 첫 우승을 시작으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절이던 2016·2017년을 포함해 10년 연속 매년 1승 이상씩을 올렸다. 그렇게 쌓은 우승이 KLPGA 투어 15승, LPGA 투어 4승 등 프로 통산 19승이다.
지난 시즌은 26개 대회에 출전했는데 13번 컷 탈락했다. 데뷔 후 컷 탈락이 가장 많은 시즌이었다. 2021시즌 그린 적중률 78.9%(2위)를 앞세워 생애 첫 최소타수상(69.9타)까지 수상했지만 2022시즌엔 그린 적중률 63.1%(102위), 평균타수 73.27타(77위)로 떨어졌다. 고질적인 발목 부상이 원인이라는 이야기가 많았지만 장하나는 핑계를 대긴 싫다고 했다.
부진을 떨치려는 장하나는 뜨거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한국에서 훈련했던 그는 올해는 태국으로 겨울 훈련을 떠났다. 그는 “아침 6시 반부터 저녁 8시 반까지 연습과 라운드, 체력 훈련을 하고 있다”며 “지난 시즌 부족함을 느꼈던 쇼트 게임 위주로 훈련을 하고 있다”고 했다. “새로운 스윙을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고도 했다.
어느덧 장하나는 KLPGA 투어 데뷔 13년 차 고참 선수가 됐다. 지난해 우리 나이 서른으로 시즌을 치렀지만 그는 “올해 새롭게 30대를 시작한다”고 강조했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14년 동안 함께한 매니지먼트사와 다시 함께하는 만큼 같이 새로운 마음으로 돌아가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10년 연속 우승 후 1년의 우승 공백. 그는 올해 다시 우뚝 일어설 마음의 준비를 마쳤다. “지난해 안 하던 실수를 많이 하면서 우승보다 값진 경험을 했어요. 올 시즌이 종료될 때 후회가 없도록 지금도 노력 중이고 저는 계속 성장 중이에요. 목표는 우승이지만 욕심 내지 않고 장하나답게 플레이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