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 입맛대로 늘려지고 잘려질 뿐…통계는 죄가 없다

■세상을 바로 보는 힘, 통계 안목(송인창·최성호 지음, 바틀비 펴냄)

팬데믹, 물가통계·현실 괴리 키워

정치 잇속 맞춘 여론조사도 빈번

눈속임·함정으로 정보 왜곡하는

‘현대판 프로크루스테스’ 넘쳐나

일상 속 올바른 통계 활용법 소개





#. 코로나19 팬데믹은 물가 통계를 현실과 더 멀어지게 만들었다. 격리와 봉쇄라는 전대미문의 상황에서 소비 품목이 크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가령 배달음식, 라면, 자전거 등의 소비는 폭증했다. 반면 영화관, 외식, 여행 등의 소비 지출은 급락했다. 이에 따라 물가 통계와 소비자의 체감 간에 괴리가 생긴 것이다. 심각한 문제는 정부와 중앙은행이 이런 물가통계에 속아서 정책 상황을 오판할 수 있다는 점이다.



#. 치명률이나 사망률을 코로나19 방역의 성공 기준으로 삼는 건 두 가지 이유로 위험하다. 통계가 부정확하기 때문이다. 우선 국가마다 확진자의 개념이 다르다. 정부가 나서서 방역을 철저히 하고 검사에 적극적인 국가가 있는 반면에 검사와 치료를 개인이 해결해야 하는 국가도 있다. 이런 차이로 확진자가 통계에 잡히는 정도는 천차만별이다.

#. 최근의 과열된 여론조사를 보면 마치 목적과 수단이 바뀐 듯하다. 여야는 자기 당에 유리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해서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으려 유도한다. 언론도 은연 중에 자신들과 성향이 맞는 후보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보도한다.

신간 ‘세상을 바로 보는 힘, 통계 안목’은 선거 여론조사, 코로나19 방역, 국가통계 작성 등 최근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쟁점들을 중심으로 왜곡에 속지 않고 통계를 읽어내는 방법을 다룬 책이다. 그동안 통계 작성에 대한 문제점은 국내외 수많은 학자들이 제기해왔다. 이 책은 우리 주변의 일상적인 사례와 함께 설명한다는 점이 강점이다. 무조건 통계를 무시하는 것도 결국 통계 왜곡을 방임하는 결과에 이를 수 있다는 점에서 통계를 제대로 알고 활용하는 법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의미에서 가치가 있다.

저자들은 사실과 증거를 기초로 하는 합리적 토론보다 이념 논리와 진영의 잣대가 앞서는 최근 사회상을 보면서 ‘통계를 통해 세상을 바로 보자’는 목소리를 내고자 함께 책을 썼다고 한다.



공동 저자 중에서 송인창은 영국 요크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정책국장,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 아시아개발은행(ADB) 상임이사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G20 국제협력대사로 있다. 최성호는 미국 코넬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산업자원부 근무와 공익법인 동그라미재단 이사장을 역임한 후 현재는 경기대 행정대학원 교수로 있으면서 산업통상자원부 전기위원회 비상임위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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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들은 한국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관찰하며 왜곡되고 부정적인 통계가 넘쳐나는 것을 목도한다. 그리고 최근 통계에서는 ‘프로크루스테스 침대’라는 함정이 숨어있다는 것을 떠올리고 경고한다. 프로크루스테스는 고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악당이다. 그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완벽하다고 믿는, 아끼는 침대가 있었다. 호텔을 운영하면서 사람을 유인해 그 침대에 눕힌 후 투숙객이 침대보다 작으며 몸을 잡아 늘렸고 침대보다 크면 가차 없이 다리를 톱으로 잘라서 침대에 맞추었다고 한다.

현대판 프로크루스테스는 통계를 절대화하면서 사회현상이라는 데이터를 통계에 맞추는 악당이고, 범죄의 피해자는 통계를 맹신하고 따르는 사람이다. 사람들이 속는 이유는 대부분 자신의 ‘경험과 감’ 보다는 숫자로 이루어진 정보를 객관적이라 여기며 더 신뢰하는 자연스러운 현상 때문이다.

저자는 “데이터 자체는 말이 없다. 데이터를 가다듬어 통계로 의미를 부여하고 소리치게 만드는 것 바로 사람이다. 이 세상에는 수많은 프로크루스테스가 통계를 자기 입맛대로 재단하고 있다는 걸 상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세부적으로 책은 1~2장에서 기본 개념으로 평균부터 퍼센티지, 그리고 표본조사와 확률 등을 다루면서 통계의 속임수와 함정을 알려준다. 3장에서는 선거 때마다 논쟁거리가 되는 선거 여론조사를 파헤친다. 지지도 조사나 역선택 왜곡과 이를 분별하는 법을 담았다. 4장은 코로나19 통계를 되집어 보면서 방역에서 통계가 어떤 역할을 했고 또 간과했는지 분석한다.

마지막 5장에서는 국내총생산(GDP)과 실업률, 물가상승률, 소득분배 지표, 국가부채, 출산율과 같은 경제지표가 담고 있는 의미와 그 너머를 보는 법을 알려준다.

이렇게까지 설명하면 통계 자체를 믿을 수 없다는 생각을 떠올리는 사람도 생길 수 있다. 즉 조작된 데이터와 숫자에 속지 않기 위해 아예 외면하고 싶은 마음도 들지 모른다. 하지만 국가와 사회의 중요한 정책은 물론 소득, 성과 등 인생과 업무에서의 결정도 결국 통계와 데이터를 바탕에 두고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마냥 회피할 수 만은 없다.

저자는 “좋은 통계와 나쁜 통계를 가려낼 줄 모르면 부정직하고 부정확한 통계가 넘칠 수 밖에 없다. 좋은 통계에서 좋은 인생과 좋은 세상이 만들어진다”고 강조한다. 1만8000원.


최수문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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