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국방비 ‘2%’ 가이드라인





2006년은 세계가 어수선한 해였다. 미국의 헤게모니는 굳건했지만 곳곳에서 테러와 무력 충돌이 계속됐다. 혼자 군사비 부담을 더 감당하기 어렵다는 미국의 요구에 그해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방장관들은 각국이 국내총생산(GDP)의 2% 규모까지 군비 지출을 늘리기로 합의했다. 세계 최대 군사동맹 나토의 국방비 가이드라인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하지만 반대가 만만찮았다. 회원국 정상들은 국방비에 대한 공식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2년 뒤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터지자 유럽 각국의 재정 지출에서 국방비는 뒷전으로 밀렸다.



상황이 달라진 것은 8년 뒤의 일이다. 2014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주도로 러시아가 불과 20일 만에 우크라이나 크름반도를 집어 삼키자 유럽 국가들도 군비 확충을 반대할 수 없게 됐다. 그해 영국 웨일스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28개 회원국은 2024년까지 GDP의 최소 2%까지 국방비를 끌어올린다는 합의를 도출했다. 다만 국방비 증액 합의를 곧바로 실행에 옮긴 나라는 많지 않았다. 외려 나토 국방비 지출은 2014년 9100억 달러에서 2015년 9000억 달러로 감소하기도 했다. 2% 가이드라인에 부합하는 회원국은 2014년 3개국에서 2021년 8개국으로 늘어났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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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변화의 계기가 됐다. 턱밑까지 밀고 들어온 러시아군의 위협에 각국은 앞다퉈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다. 독일이 재무장을 선언했고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폴란드는 올해 GDP의 4%까지 국방비를 늘릴 방침이다. 나토는 올해 정상회의에서 2025년 이후 국방비 가이드라인을 GDP의 2.5% 수준으로 올리는 방안을 논의한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더 위험한 세상에 살고 있으니 더 지출해야 한다”고 했다. 나토의 군비 증강은 대만 침공의 기회를 엿보며 동북아 안보를 위협하는 중국이나 군사 대국화를 노리는 일본에도 군사력 확충의 빌미가 될 가능성이 크다. 주권과 영토를 지키기 위한 군사력 강화는 이제 시대 흐름이 됐다. 이 위험한 세상에서 한국만 넋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신경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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