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 그림을 보는 시선, 근대미술 꿰뚫다

■비평으로 보는 현대 한국미술

이영욱 외 8인 지음, 메디치 펴냄






화가이자 평론가였던 근원 김용준(1904~1967)은 1931년 ‘혜성’지에 쓴 전시 평문에서 “조선의 빛을 칠하고 싶다. 그러나 조선의 마음, 조선의 빛이 어떠한 것인지. 그것을 가르쳐줄 이가 있는가” 토로했다. 이듬해 윤희순은 ‘신동아’에 “대체로 과거의 조선화가들은 …정치도,경제도,민족도,문화도…관심하려고도 아니하였다”면서 “미술은 화공의 천역(賤役)이거나 그렇지 않으면 문인유사의 기생충적 유희에 불과했다”면서 ‘조선미술의 당면과제’에 대해 매섭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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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말 서구의 ‘모던 아트’가 유입된 이후 1990년대까지 약 100년간의 미술 비평문 중 138편을 엄선한 비평집 ‘비평으로 보는 현대 한국미술’이 출간됐다. 일반적인 미술사와 달리 ‘비평’에 주목한 이유에 대해 공동 저자들을 대표해 서문을 쓴 이영욱 전 한국문화관광연구원장은 “비평문은 해당 시기 비평가(미술계)가 무엇을 고민하고 무엇을 질문했는지 그리고 어떤 방향으로 나가려 했는지 등의 논점과 그에 대한 입장을 담고” 있으며 “비평가의 생생한 육성은 당시의 미술 현장을 대면하는 것 같은 생동감과 즐거움을 준다”고 밝혔다. 서양미술의 도입 이후 근대와 현대미술로 구분하는 것에서 탈피해 ‘현대 한국미술’로 통칭해 그 연속성을 강조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한국 추상미술의 아버지’ 김환기는 1939년 일간지에 기고한 ‘추상주의 소론’에서 “조형예술인 이상 회화는 어디까지나 아름다워야 하고 그 아름다운 법이 진정한 의미에서 새로워야 한다”면서 전위적인 회화의 주류로 추상예술을 이야기 했고, ‘한국적 인상주의 미술의 원조’인 오지호는 1940년 ‘현대회화의 근본 문제:전위파 회화 운동을 중심으로’라는 비평문에서 기계 문명의 발달로 인류 생활이 변화했음을 오목조목 짚으며 “자동차에는 자동차에 맞는, 현대 건축에는 현대 건축에 맞는 양식의 도안을 필요로 할 것이다. 이 필요에 응해서 출현한 것이 기하학적 형과 선으로 된 신추상적 형식이라고 나는 생각한다”고 새로운 미술 경향의 당위성을 설파했다.

책은 시대순으로 8장으로 나뉘었고, 각 장에는 시대상과 미술사적 배경지식을 위한 개괄적 설명이 안내글로 붙었다. 각 장은 해당 시기의 특징 격인 4~6개의 소주제로 펼쳐지는데, 여기에 해당하는 비평문들이 각각 실렸다. 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 부설 근현대미술연구소 소장인 미술사학자 목수현을 비롯해 김경연,오윤정,권행가,최재혁,신정훈,권영진,유혜종 씨가 함께 책을 썼다. 736쪽, 4만원.


조상인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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