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까지 미국 경제를 짓눌렀던 경기 침체 공포가 옅어지고 있다. 연 초 50만 개가 넘는 깜짝 신규 고용에 이어 미국 경제를 떠받치는 소비가 1월 들어 큰 폭으로 뛰어오르면서다. 긴축에도 불구하고 경제 둔화 신호가 잘 나오지 않으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더욱 매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경제가 둔화하지는 않지만 대신 인플레이션과 고금리가 지속되는 ‘노랜딩(no landing)’ 시나리오에 대한 논쟁도 커지고 있다.
15일(현지 시간)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1월 소매판매는 6970억 달러로 전월(6769억 달러) 대비 3% 상승해 시장 전망치(1.9%)를 상회했다. 미국의 소매판매는 지난해 11월과 12월 쇼핑 성수기에도 각각 1.0%, 1.1% 하락했지만 올 1월 들어 2021년 3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뛰어올랐다.
13개 세부 업종 가운데 12개 업종에서 판매가 증가했다. 외식업이 7.2% 늘어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였으며 자동차(5.9%)와 가구업(4.4%), 전자제품업(3.5%)의 증가 폭도 컸다. 주유소(0%)는 판매액이 늘지 않은 유일한 업종이었다.
경제학자들은 소비자들이 연말에 주고받았던 상품권을 연초에 사용했을 가능성 등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다만 근본적으로는 고용 호조가 소비 증가를 뒷받침한 것으로 보고 있다. 내러프이코노믹스의 조엘 내러프 대표는 “고용에 대한 소비자들의 안정감이 소비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미국 고용부는 1월 비농업 신규 고용 일자리가 51만 7000개 늘고 실업률은 3.4%로 낮아져 1969년 5월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고 발표했다.
고용과 판매 호조에 침체 전망은 옅어지고 있다. 애틀랜타연방준비은행은 소매판매와 산업생산 증가를 반영해 1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 전망을 2.2%에서 2.4%로 높였다. 연준은 이날 지난해 12월 하락(-0.1%)했던 산업생산지수가 1월 0.4% 올라 상승 반전했다고 발표했다. 코메리카뱅크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빌 애덤스는 “예상을 뛰어넘은 산업생산과 소매판매, 일자리에 대한 월별 보고서는 경제가 지난해 말 둔화한 후 올해 초 회복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노랜딩 시나리오에 주목하고 있다.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토르스텐 슬로크는 “경제가 강세를 유지하고 인플레이션은 이어지는 노랜딩 시나리오의 징후가 점점 늘고 있다”며 “연준이 이에 대응하려면 더욱 매파적이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도이체방크는 이날 미국 기준금리 정점 전망을 기존 5.1%에서 5.6%로 상향 조정했다. 장기적 침체 가능성이 여전하다는 분석도 있다. 야데니리서치의 창립자 에드 야데니는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유일한 방법이 경기 침체를 일으키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릴 것”이라며 “노랜딩 시나리오는 경착륙으로 멀리 돌아가는 길”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