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상황 변화에 따라 언제든 신속한 상장이 가능하도록 기업공개(IPO)를 지속적으로 준비할 예정입니다.”
케이뱅크가 최근 사내에 “다시 한 번 임직원분들의 도움과 지원을 부탁드린다”며 이같이 공지했다. 상장을 추진하다 철회하게 됐지만 증시 여건이 워낙 좋지 않았기 때문일 뿐, 기업의 내실은 계속 좋아지고 있으니 언제든 IPO가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다. 케이뱅크에 정통한 관계자는 16일 “조속한 IPO 재추진 의지를 회사가 알린 것은 상장 연기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한국거래소 상장 예비심사 효력이 끝나는 3월 직후 다시 거래소에 IPO를 신청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IPO 재개 여부조차 확정하지 못한 컬리·CJ올리브영·현대오일뱅크·라이온하트스튜디오와 달리 시장 상황에 따라 언제든 상장 재도전이 가능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케이뱅크는 2일 IPO 절차를 중단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케이뱅크 내부에서 “제대로 된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려면 IPO 타이밍을 전략적으로 미룰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회사의 경영 성과가 꾸준히 좋아지고 있는데 자본시장 환경은 인플레이션 지속 우려로 회복이 더딘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케이뱅크의 성장세는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말 고객 수는 849만 명으로 1년 만에 132만 명 늘었다. 여·수신 규모도 커졌다. 지난해 말 케이뱅크 수신은 14조 6300억 원으로 2021년보다 30%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동안 여신도 7조 900억 원에서 10조 7700억 원으로 52% 불어났다. 금리 인상기에도 고객을 적극적으로 유치한 덕분에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8.5배 증가한 714억 원을 나타냈다.
문제는 케이뱅크가 상장 예심을 통과한 지난해 9월 이후 자본시장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었다는 점이다. 특히 케이뱅크가 본격적으로 IPO에 나섰어야 할 지난달 초에는 코스피지수가 2100대까지 밀린 상황이었다. 당초 케이뱅크의 예상 몸값으로 8조 원까지 거론됐지만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에서는 호가가 4조 원대까지 떨어졌다.
케이뱅크 안팎에서는 연내 다시 IPO에 나설 만한 여건이 무르익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에 비해 금리 상승세가 누그러질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국내 증시 역시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가장 직접적인 비교 대상인 카카오뱅크(323410)의 주가가 지난해 하반기 저점을 찍고 반등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고무적인 대목이다. 지난해 10월 말 1만 5800원까지 떨어진 카카오뱅크는 2만 5000원 선까지 회복하며 약 60% 올랐다.
김성진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케이뱅크의 IPO 철회는 경영 상황과 관련한 이슈보다는 증시 상황에 기반한 것”이라며 “향후 시장 상황이 개선되면 재추진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미 한번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불확실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