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늘어나는 소아 근시, 방치하면 눈 건강도 위협…"방학이 치료 적기" [헬시타임]

10세 미만 근시 진료 인원, 30만 명 육박

진행 속도 빠른 6~10세가 억제치료 적기

12세이후 드림렌즈·아트로핀 효과 감소

방학은 학령기 자녀의 눈 상태를 점검하기에 좋은 시기다. 이미지투데이방학은 학령기 자녀의 눈 상태를 점검하기에 좋은 시기다. 이미지투데이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워킹맘 소유진(38·가)씨에게는 연말연시가 달갑지 않다. 겨울방학과 봄방학이 이어지며 아이가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다보니 출근이후 신경쓰이는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출근 전 아이를 깨워 학교에 데려다 주지 않는 대신 수시로 걸려오는 아이의 전화를 받아 방학 숙제와 학원 스케줄 등을 챙기고 있다. 새 학기가 다가오자 바쁜 일상에서 지나쳤던 학업 관리와 건강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더욱 분주해졌다. 내일은 하루종일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는 아이의 시력을 점검하기 위해 연차휴가를 내고 안과를 방문할 생각이다.



◇ 근시 환자 증가세…초등학교 입학 전후 시기에 호발


방학기간을 이용해 자녀의 눈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안과를 방문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눈은 외부 물체에서 발생한 빛을 굴절시켜 눈 속 신경인 망막에 정확한 상을 맺게 하고 뇌에 전달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사물을 선명하게 보기 위해서는 눈으로 들어오는 평행한 빛이 각막과 수정체를 지나면서 적절하게 굴절돼 망막의 중심오목에 하나의 초점으로 맺히는 과정이 중요하다. 눈에 들어온 빛이 망막의 중심오목에 초점이 맺히지 않으면 물체를 선명하게 관찰할 수 없고 시력이 떨어진다고 느끼게 된다. 이같은 굴절이상은 크게 근시와 원시로 나뉜다. 근시는 먼 곳을 바라볼 때 물체의 상이 망막 앞쪽에 맺히는 경우다. 반면 물체의 상이 맺히는 부위가 망막보다 뒤쪽일 때 나타나는 굴절이상은 원시라고 부른다. 먼 곳에 있는 물체는 또렷하게 보이지 않고 가까운 물체는 상대적으로 잘 보이는 눈 상태가 근시라고 이해하면 쉽다.



근시는 세계 각국에서 많은 인구가 겪는 대표적인 안질환이다. 미국검안협회(AOA)는 전 세계 근시 인구가 2010년 약 20억 명에서 2050년 50억 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매년 120만 명 내외 인원이 근시 때문에 의료기관을 찾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특히 근시는 초등학교 입학 전후 시기의 어린이들에게 발생해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심평원 자료를 토대로 2021년에 근시 진료를 받은 국내 환자의 연령별 분포를 살펴보면 10대가 46만 1231명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10세 미만이 29만 5766명으로 뒤를 이었다.

◇ 만 6~10세에 진행 빨라져…치료시기 놓치면 고도근시로 진행될 수도



어린이들의 근시는 만 6~10세에 급격히 진행한다. 이 시기를 지나도 만 16세 정도까지 신체 성장과 함께 안구가 성장하고 안구 전후 길이인 안축장이 길어지며 근시가 진행되지만 대개 그 정도는 크지 않다. 초등학교 입학 전후는 근시 진행이 빠른 만큼 효과도 좋은 시기다. 이때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6디옵터 이상의 고도근시로 이어지기 쉽다. 고도근시는 망막변성, 시신경 기능 약화 등을 유발하고 망막박리, 녹내장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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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근시 환자들이 고도근시로 진행하는 것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한 치료방법은 드림렌즈와 아트로핀 약물치료가 있다. 치료법은 장단점이 있는 만큼 전문의와 상의해 자녀의 눈 상태에 적합한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다만 두가지 치료법 모두 근시진행에 대한 예방치료라 근시진행이 가장 활발한 만 7~9세에 시행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두가지 치료법 모두 근시진행이 느려지는 만 12세부터 효과가 줄어들기 시작한다. 드림렌즈 착용은 별도의 연령제한은 없지만 어느 정도 수면시간이 보장되어야 하기 때문에 수면시간을 충족할 수 있는 초등학교 때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 아트로핀 점안액·드림렌즈 장단점 달라…전문의와 상의해 선택해야


아트로핀은 안구길이의 성장을 억제해 근시진행 속도를 늦추는 점안액이다. 농도에 따라 매일 혹은 주 2~3회 점안하는 방식이다. 눈 상태에 따라 취침 전 한 번 정도만 점안하면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0.05%의 저농도 아트로핀이 치료효과와 안전성 측면에서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12월부터는 만 4세부터 처방 가능한 저농도 아트로핀 점안액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허가 승인을 받아 사용되고 있다.

드림렌즈는 수면 시 착용해 각막의 형태를 변화시켜 근시와 난시를 교정해주는 특수 콘택트렌즈다. 일반렌즈와 달리 가운데 부분이 주변부보다 평평해 수면 시 각막의 중심부를 눌러 각막의 굴절력을 낮춰준다. 착용하고 잔 다음 날 정상시력을 찾을 수 있어 안경 없이 생활이 가능하다. 소아청소년기에 사용할 경우 근시진행을 늦출 수 있다.

아트로핀은 필요에 따라 점안만 하면 되기 때문에 드림렌즈에 비해 사용이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드림렌즈와 달리 시력교정 효과가 없어 평소 안경이나 렌즈 착용이 필요하고 꾸준히 효과를 확인하며 사용해야 한다. 제때 점안을 하지 못하면 효과가 떨어질 수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또 투여 후 눈부심이나 사물이 흐릿하게 보이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이같은 부작용이 발생하면 약을 사용하는 동안 지속된다는 게 단점이다.

드림렌즈는 아트로핀에서 발생할 수 있는 근거리 시력저하, 눈부심 등의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시력교정 효과 덕분에 안경을 착용하지 않아도 되는 만큼 안경 착용을 불편해 하거나 꺼려하는 이들에게 선호도가 높다. 반면 아트로핀에 비해 근시억제 효과가 떨어질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하루 8시간 정도를 착용해야 하고 하드렌즈의 특성상 착용 적응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아트로핀에 비해 사용이 불편하다고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

근시억제 치료는 만 6~10세에 가장 효과가 좋다. 사진 제공=김안과병원근시억제 치료는 만 6~10세에 가장 효과가 좋다. 사진 제공=김안과병원


근시진행을 늦추기 위해 두가지 치료법을 병행하는 경우도 있다. 드림렌즈를 사용하다가 효과가 크지 않으면 근시진행 억제효과가 좀 더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아트로핀을 추가할 수 있다. 다만 두가지 방법 모두 갑자기 치료를 중단할 경우 급격히 근시가 진행되는 ‘리바운드 효과’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환자나 보호자의 판단에 따라 임의로 치료를 중단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김대희 김안과병원 사시소아안과센터 전문의는 “근시진행 억제는 근시진행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성장기에 가능한 한 보호자가 적극적으로 신경을 써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아트로핀과 드림렌즈 사용을 결정했다면 충분한 상담을 통해 아이에게 적합한 방법을 선택하고 적응할 시간을 충분히 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안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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