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스타 TV·방송

[인터뷰] '사랑의 이해' 문가영 "안수영을 이해하지 못해도 좋아요"

'사랑의 이해' 문가영 / 사진=키이스트 제공'사랑의 이해' 문가영 / 사진=키이스트 제공




배우 문가영이 생각한 사랑은 자신을 알아가는 것이다. 평생이 걸릴지라도, 과정이 유쾌하지 않아도 스스로를 들여다보고 상처를 치유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27살에 만난 '사랑의 이해'는 문가영의 깊은 고민이 담겨 있다.



JTBC 수목드라마 '사랑의 이해'(극본 이서현/연출 조영민)은 각기 다른 이해(利害)를 가진 이들이 서로를 만나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이해(理解) 하게 되는 이야기다. 안수영(문가영)은 KCU은행 영포점 예금 창구 4년 차 주임이다. 안수영은 은행에서 늘 미소 짓는다. 기분 좋을 때도, 강해 보이고 싶을 때도, 울고 싶을 때도, 더러울 때도 있지만 가면은 벗지 않는다. 그랬던 그의 마음이 직진하는 남자, 하상수(유연석) 때문에 흔들린다.

하상수와 안수영은 첫 데이트를 무사히 마치고, 두 번째 데이트를 앞두고 있었지만, 하상수가 나타나지 않으며 어긋난다. 하상수는 곧바로 안수영에게 사과하고 자신의 마음을 전하지만 이미 늦었다. 그 사이 안수영은 정종현(정가람)과 연애를 시작하고, 하상수도 자신을 좋아하는 박미경(금새록)을 사랑하기로 마음먹는다. 각자의 연인이 있음에도 하상수와 안수영은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을 지울 수 없다. 얽히고설킨, 복잡한 이들의 관계를 지켜보면서 시청자들은 사랑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는데, 문가영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이 지점 때문이었다.

"대중성을 갖추고 있는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대본이 매력적이더라고요. '내 필모그래피에 한 번쯤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메시지도 좋았어요. 작품을 보다 보면 '저게 사랑일까?'라는 의문이 드는데, 자연스럽게 나의 과거를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돼요.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는 어디까지일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곱씹을 수 있는 작품이죠."

이렇게 만난 안수영은 문가영과 많이 닮아 있는 캐릭터였다. 안수영은 직장에서 궂은일은 자진해서 하고, 힘든 내색을 하지 않는다. 스스로 세운 기준과 규칙이 강하고, 엄격하게 지키려고 한다. 문가영도 안수영처럼 자신이 세운 규칙을 따르고, 스스로를 통제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다른 게 있다면, 안수영은 용기를 갖고 있다는 거예요. 안수영은 그토록 바라던 업무 전환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모든 걸 포기하고 떠나잖아요.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하지만,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걸 해낸 거예요. 무언가를 쟁취하거나 전진하는 모습이 용기라고 하지만, 눈앞에 있는 걸 포기하는 데도 용기가 필요해요. 거기에 상처받을 걸 감수하고 한 선택에는 배의 용기가 들어가죠."

'사랑의 이해' 스틸 / 사진=JTBC'사랑의 이해' 스틸 / 사진=JTBC


'사랑의 이해'는 철저히 하상수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작품이다. 하상수의 감정선을 따라가면서, 안수영에게 호감을 느낀 지점, 혼란, 짙어지는 마음 등이 그려진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수영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고, 어떤 마음인지는 다루지 않는다. 안수영 행동의 이유가 설명되지 않으니, 시청자 입장에서는 답답함이 있다.



"애초에 '사랑의 이해'는 모두를 완벽하게 이해시키는 작품이 아니에요. 그저 누군가를 이해하는 건 힘들다는 걸 보여줘요. 안수영의 이야기가 감춰져 있기에 이런 반응이 나올 줄 알았어요. 저는 오히려 이해시키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저 시청자들이 안수영을 발판 삼아 이해해 보려 노력하고, 이해가 안 되면 욕도 하면서 생각해 보길 원했죠. 저는 안수영을 연기한 입장에서 한 번도 이해가 가지 않았던 순간이 없었어요. "



문가영이 이해한 안수영의 마음은 어땠을까. 그는 "안수영에게 하상수는 조금 다른 사람이다. 자격지심이 있는 안수영은 하상수의 해맑고 호의적이며서 계산되지 않은 얼굴에서 설렘을 느낀다"며 "한편으로 자신이 누군가에게 설렘을 느낀 다는 것에 불안도 생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종현에 대해서는 "사랑이고, 연민이다. 사랑이라는 엄청난 포괄 속에 연민이 들어가 있다"며 "사랑인 줄 알았는데, 헤어지고 시간이 흐르고 보니 사랑이 아니었을 것 같기도 하지 않냐. 순간에는 사랑이었지만, 많은 시간과 환경과 감정의 소용돌이로 인해 변형이 이뤄졌던 관계"라고 정의했다.



사랑에 다양한 모양이 있는 각각 사람들이 정의하는 사랑의 이름은 다르다. 문가영은 사랑은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정의를 갖고 있는 사람이었다. 늘 바쁘게 촬영하다가 처음으로 쉬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이라는 문가영은 오롯이 자신을 알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스스로를 잘 알아야 모든 관계에서 방패를 쥘 수 있어요. 그런데 죽을 때까지 모를 것 같아요. 아마 알다가 죽지 않을까요? 이 과정을 끊임없이 겪으면서요. 그래서 사랑이 어려운 거죠."

"어릴 때는 제 진심이 오롯이 상대에게 닿을 거라는 환상이 있었어요. 그게 아니더라고요. 큰 마음도 상대가 작다고 하면 작은 게 되잖아요. 아무리 내가 진심이어도 상대가 받아들여주지 않으면, 진심이 아닌 게 돼요. 사랑은 나만의 몫이 아닌, 공동체의 감정이기 때문에 그렇죠. 그래서 요즘은 저를 궁금해하는 사람이 고맙더라고요.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 나도 이해할 수 없는 나를 이해하기 위해 안부를 묻고, 궁금해하는 사람이요."

문가영의 현재 고민도 자신을 알아가는 것에서 비롯됐다. 안수영처럼 스스로에게 엄격한 잣대를 갖고 있는 문가영은 처음 갖는 휴식에 불안함을 느꼈다. 늘 무언가를 해야 된다는 마음에 사로잡힌 그가 마음먹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하루를 보낸 것이다.

"제 모든 기준은 다른 사람이 우선이라는 거였어요. 아무래도 아역으로 데뷔해 어른들과 일을 빨리 해서 그럴 수 있어요. 제가 불편한 게 났지, 남으 불편한 건 싫었거든요. 그런데 어느 순간 지치는 날이 오더라고요. 저는 자가 치유를 잘 한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해결되지 않은 제 과거를 발견하게 됐죠. 과정이 유쾌하지만은 않더라고요."



자기 자신만큼 문가영이 사랑한 건 연기 그 자체였다. 아역으로 데뷔해 오랜 세월 배우로 활동할 수 있는 원동력은 연기가 1순위기 때문. 매일 행복할 순 없지만, 욕심이 날 정도로 연기를 좋아하고 있었다. 또 연기를 통해 다른 자아가 되고, 일상에서 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데뷔부터 지금까지 연기 욕심은 변하지 않았어요. 작품 보는 기준도 바뀌고, 저라는 사람도 바뀌는데 이 마음만은 그대로예요. 애정을 갖고 있는 의지가 있기 때문이죠. 연기만큼 어려운 게 없어요. 간접적으로 경험한 걸 표현해야 되고, 내가 경험한 걸 토대로 생각하고 넓히는 게 연기잖아요. 경험이 많아지면, 언젠가 연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현혜선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관련 태그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