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등 모든 공적연금에 써야 할 지출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빠르게 불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파른 고령화에도 정치적 부담으로 연금 개혁을 계속 미룬 탓에 재정 지출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대로면 2055년 기금이 바닥을 드러낸다는 추계 결과가 나왔음에도 국민연금의 보험료율 및 소득대체율 조정에 대한 합의가 도출되기는커녕 정부와 국회가 책임 떠밀기에만 급급해 연금 개혁은 또다시 표류할 판이다. 청년 세대의 불신과 중장년층의 불안 사이에서 연금 개혁의 골든타임이 저물고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19일 OECD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적연금 지출 비중은 2025년 2.0%에서 2060년 7.5%로 3.75배 커진다. 이는 관련 통계 집계가 가능한 OECD 29개국 중 가장 빠른 속도다. 같은 기간 총인구에서 65세 이상 노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20.6%에서 43.8%로 급증하는 데 따른 영향이다. 눈에 띄는 대목은 같은 기간 지출 증가 폭이 고령화가 빠른 축에 속하는 캐나다(6.0%→6.3%)의 18배, 뉴질랜드(5.1%→7.5%)의 2.3배에 달한다는 점이다. 국가가 져야 할 짐이 단기에 커진다는 의미여서 국가 경제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임에도 8일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는 국민연금 개혁의 핵심인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조정에서 빠지겠다고 선언했다. 앞서 정부도 연금개혁특위 산하 민간자문위원회가 ‘보험료율 15% 인상에 공감했다’는 말이 나오자 정부안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한마디로 전문가와 국회·정부 모두 여론의 눈치를 보느라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민간 경제연구소의 한 임원은 “정치적 리더십이 없으면 애당초 불가능한 게 연금 개혁”이라며 “내년 4월 총선 일정을 감안하면 개혁을 지체할 여유가 없는데 연금 포퓰리즘이 또 준동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꼬집었다. 연금특위 민간자문위의 한 위원은 “(연금 수급 연령은 늦추고 보험료는 올려야 하는데) 이런 식이면 어떻게 국민 설득에 나설 수 있겠느냐”고 답답함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