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증권가에서 “바이오 업계 최악의 보릿고개”라는 말이 흔하게 들린다. 지난해 코스닥에 상장한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은 13개에 불과했다. 글로벌 기업공개(IPO) 시장도 예외는 아니어서 전 세계 헬스케어 섹터의 IPO 건수는 2021년 391건에서 2022년 160건으로 급감했다. 벤처캐피털(VC)의 바이오 업종 투자 또한 눈에 띄게 급감했다. 공급망 차질, 지정학적 긴장감,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 등 불확실한 시장 환경 속에서 투자금 회수가 비교적 어렵다는 바이오 업계의 특성까지 작용한 탓이다. 그렇다면 바이오·헬스케어 기업 입장에서 투자 물꼬를 틀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일까.
EY M&A 파이어파워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집계된 생명과학(바이오파마·메드테크) 섹터의 인수·합병(M&A) 규모는 총 1050억 달러로 2021년 연간 규모인 2230억 달러에 비해 크게 위축됐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시장의 주체들이 전략적으로 선택과 집중을 했음을 알 수 있다. 즉 투자의 양보다는 질을 중시해 곧바로 시장 투입으로 이어져 매출을 일으킬 수 있는 개발 후기 단계의 투자를 집중한 것이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임상 3상 단계의 개발 건들이 전체 투자의 67%를 차지한 반면 비임상 단계와 임상 1상 단계까지의 투자는 2%로 초기 단계 개발에 대한 투자 위축이 확연히 드러났다.
보수적인 투자 환경에도 불구하고 혁신 치료제와 기술에 대한 투자는 앞으로 계속 확대될 것이기 때문에 기업들은 이런 투자 수요를 인지하고 대비해야 한다. 질환별로 분석하면 신경계 질환과 암에 대한 투자는 전년 대비 각각 84%, 28%씩 증가했으며 세포 유전자 치료제, 메신저리보핵산(mRNA) 등 혁신 치료제에 대한 투자는 앞으로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더불어 인공지능(AI)·머신러닝 등 디지털 기술 개발 움직임도 가속화하고 있다.
무엇보다 시장 환경의 악화에도 전략적 투자 수요는 이어진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재무적투자자(FI)는 2021년 41%에서 지난해 21%로 줄었으나 전략적투자자(SI)는 49%에서 63%로 증가했다. 그간 금융권의 투자 감소가 있었지만 그동안의 미소진 자금(드라이파우더)은 향후 1년간 적극적 투자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EY가 재무제표 기반으로 파악한 바이오파마 산업의 인수 여력 자금은 전년 대비 11% 증가한 1조 4270억 달러로 해당 조사를 시작한 201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또한 그간 투자 계획을 변경하거나 미뤘던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67%는 향후 6개월 이내에 새로운 자산 및 역량 강화를 위해서 투자를 늘릴 계획이라고 답했다. 이 점에서 연구개발(R&D), 디지털 기술 투자에 대한 CEO들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2023년은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의 기회와 위협이 공존하는 역동적인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바이오 기업들은 지속적인 혁신 기술 개발 및 전략적 투자 결정을 통해 기업의 미션을 증명해야 할 것이며 이를 통해 옥석이 가려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