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무역 성적표 25년만에 최악…"에너지 과소비 구조 개혁해야"

[우크라 전쟁 1년]

■韓경제 덮친 에너지 대란

에너지값 뛰며 12개월째 무역적자

한전 적자 눈덩이…난방비 폭탄 시름

에너지 사용 많은데 저효율 구조 탓

작은 변동에도 경제는 큰 충격받아

"제품·건물 등 고효율화 유인하고

전기·가스요금 원가반영해 현실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국제 에너지 가격의 급등은 수출 강국인 우리나라가 11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기록하게 만든 주범이다. 한국은 지난해 수출액 6839억 달러로 역대 최고의 수출 실적을 내고도 472억 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우리가 에너지 가격 강세에 특히 취약한 것은 제조업 비중이 큰 데다 에너지 다소비 구조의 산업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전쟁을 계기로 에너지 공급망을 안정화하는 동시에 ‘에너지 저소비 사회’로 이행하는 것이 근본적인 에너지 안보 강화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10일 무역수지는 49억 71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달까지 11개월 연속 이어진 무역적자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 무역적자가 11개월 이상 지속한 것은 외환위기 직전인 1995년 1월~1997년 5월 연속 적자 이후 약 25년 만이다. 지난달 무역적자 규모는 126억 8900만 달러로 월간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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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지난해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인한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의 직격탄을 맞았다. 가스 현물 가격은 2020년 ㎿h당 20유로에서 2022년 8월 300유로로 급등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에너지 수입액 상승분만 784억 달러로 반도체 전체 수출액(1292억 달러)을 상쇄하는 수준이 됐다. 우리 총수입액 중 에너지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0년 18.3%에서 2022년 27.5%로 늘었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다소비·저효율 구조 탓에 작은 변동에도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의 에너지 사용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대비 1.7배 이상 많다. 반면 에너지원단위(단위 부가가치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 투입량)는 OECD 36개국 중 33위로 최하위 수준이다. 에너지 효율 개선도 더딘 상황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0~2020년 우리나라의 에너지원단위 연평균 개선률은 1.5%에 불과해 미국(2.4%), 일본(2.6%), 독일(4.0%)보다 뒤졌다.

이는 공공 부문의 재정 건전성 악화로도 이어졌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3분기까지 22조 원에 육박하는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연간 적자는 30조 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료비가 급등했지만 정치권이 전기료 인상을 억누르면서 고스란히 한전의 적자로 누적됐기 때문이다. 올겨울 ‘난방비 폭탄’이 터진 것도 이렇게 억눌렀던 가스요금 인상분이 조금씩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요금의 원가주의’를 확립하는 것이 에너지 저소비 사회로 이행하는 첫 단계라고 본다. 공공요금을 억누르면 시장에 ‘에너지를 많이 써도 괜찮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최근 정부가 전기·가스요금의 속도 조절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어렵사리 얻은 전쟁의 교훈을 무위로 돌리는 행위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이상열 에경연 연구위원은 “억제된 에너지 요금은 에너지 수요 증가와 소비구조 왜곡을 유발해 또다시 에너지 수입 확대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며 “전력·가스요금에 원가를 단계적으로 반영해 에너지효율을 개선하되 저소득층 및 영세 사업자에게는 소득 보전으로 지원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력 업계의 한 관계자는 “힘들다고 하소연만 해서는 한계가 분명하다"며 “이참에 전기요금을 현실화하고 각종 제품과 건물의 전력효율을 높이는 등 에너지 다소비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우리 산업 부문의 에너지 소비 비율은 62%로 지난 30년간 연평균 4.6% 늘어났다. 교통(3.5%)이나 상업(2.1%) 대비 높은 증가율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 교수는 “일본의 경우 제조 기업이 고효율 장비로 교체할 때 중소기업은 50%, 대기업은 30%를 지원해준다”며 “나머지는 기업이 부담하더라도 결국 전기료 절감으로 비용을 상쇄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정책을 참조해 우리 기업의 에너지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세종=박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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