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깜깜이 회계'에 초강수…'자충수'된 노조의 자료 제출 거부

['노조개혁' 액셀 밟는 정부]고용장관, 노조회계 대책 브리핑

勞 회계 투명성 강화가 '노사법치주의' 분수령으로 판단

자료제출 37% 그쳐…과태료·현장조사·세제 전방위 압박

양대노총 "자주성 훼손"…고용부 장관 고발 조치도 검토

이정식(가운데) 고용노동부 장관과 대통령실의 안상훈(오른쪽) 사회수석, 김은혜 홍보수석이 20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노조 회계’ 공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정식(가운데) 고용노동부 장관과 대통령실의 안상훈(오른쪽) 사회수석, 김은혜 홍보수석이 20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노조 회계’ 공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노동조합이 회계 자료 제출을 거부한 후속 대책으로 미제출 노조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 재검토까지 말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정부는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를 노사법치주의와 노동 개혁의 출발점으로 여기고 연일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하지만 반대급부 성격으로 노동계의 정부에 대한 반발은 한층 거세질 상황이어서 앞으로 노정 관계는 더 악화될 처지에 놓였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20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회계장부를 제출하지 않은 노조에 대해 엄정 대응할 것”이라며 “회계 법령상 의무를 준수하지 않은 노동단체를 지원에서 배제하고 회계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노조에 대한 조합비 세액공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한다”고 밝혔다.



최근 고용부는 회계장부 제출 요구에 해당 노조 및 단체 63%가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고용부는 자료 요구 불이행 노조에 과태료 부과, 현장 조사를 예고했다. 이 장관은 이날 과태료 부과에 이어 지원 배제 검토라는 초강수를 꺼냈다. 이 장관은 “조합비 세액공제는 국가의 세금 보조 영역”이라며 “이와 관련해 다양한 근거 서류를 전제로 세액공제를 하는 공익법인과 다르게 노조비는 세액공제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에 대한 국고지원금 적정성 문제 제기도 정부의 대응 동력이 됐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5년간 고용부와 광역자치단체 17곳으로부터 5년간 1520억 원을 지원받았다.

관련기사



노동계는 노조 회계장부 제출에 대해 강하게 반발한다. 이에 맞서 정부가 회계 문제를 문제 삼는 것은 국정 철학인 노사법치주의와 노동 개혁을 추진하기 위한 포석이다. 노사법치주의는 지난해 화물연대 업무개시명령, 건설노조 불법 조사 등 일련의 강경 대응 흐름에서 정부의 확고한 국정 기조로 자리매김됐다. 정부는 이번 노조 회계 제출 거부가 노사법치주의에 반하는 결정적인 사안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장관은 “정부는 현행법대로 하는 것”이라며 “법을 지켜야 노동 개혁을 통한 제도 개선이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기존의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 대책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고용부는 노조 회계공시시스템 구축을 비롯해 조합원 열람권 보장, 회계감사 사유 확대 등 전반적인 법과 제도 개선안을 다음 달 초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노동계는 정부의 노동 탄압이 노골화됐다며 격앙된 반응이다. 이미 노동계의 주축인 양대 노총(한국노총·민주노총)은 정부의 노동 개혁을 노동 개악으로 비판하는 등 대정부 연대 투쟁을 공식화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은 노동관계법으로 규율한다는 원칙이 붕괴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동계는 고용부의 노조 회계 자료 제출과 후속 조치를 자주성 훼손이라고 규정했다. 정부를 향해 자료 속지 제출 등 월권을 중단하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민주노총은 “소속 노조 61곳 중 60곳이 자료를 고용부에 제출했다”며 “이미 조합원에게 자료를 절차대로 공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고지원금을 문제삼은 권 의원은 양대 노총 주도로 진행되는 회계장부 제출 거부 움직임과 연결지어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한국노총은 외부회계감사와 기획재정부 운영 시스템으로 관리되는 국고지원금을 문제 삼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한국노총은 “국고 지원과 (고용부에) 회계 자료 제출은 별개 사안”이라며 “시도지자체 예산은 시도의회에서 승인해 집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양대 노총은 과태료 부과 등 정부의 대응이 이어지면 이 장관 고발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

관가에서는 노동계의 날선 반응이 강경 대책을 불러일으킨 ‘자충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속지 제출과 같은 기본 요구 사항을 거부하면서 노조 회계에 대한 불신을 자초했고 정부의 대응 수위를 높이는 결과를 낳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양종곤·구경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