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건설사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중 미착공 비중이 절반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분양 상황이 더욱 심각한 큰 지방에서의 미착공 PF 비중도 높아 우발채무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20일 한국신용평가가 최근 발표한 '건설: 끝나지 않은 금융경색, 현실화되는 미분양 리스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현대건설과 GS건설, 롯데건설, 태영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 5개 건설사의 PF보증 중 미착공 비중이 64%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유형별로는 도급사업 미착공이 48%로 가장 높았으며, 도급사업 착공이 23%, 정비사업 미착공이 16%, 정비사업 착공이 13%로 뒤를 이었다. 한신평은 “미착공사업장은 아직 분양을 진행하지 않았지만 주택가격 하락이나 공사원가 및 금융비용 상승에 따른 사업성 저하로 착공이 지연되거나 본PF 투자자 모집에 실패해 시공사가 보증을 제공한 브릿지PF를 대위변제하는 방식으로 건설사의 우발채무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미착공사업장의 비중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건설사에 잠재적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건설사의 미착공 PF보증이 들어간 사업장의 위치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5개사의 지역별 PF보증 비중은 서울이 42%로 가장 높았고 광역시(28%), 인천·경기(19%), 기타 지방(11%)이 뒤를 었다. 다만 강서구 가양동 CJ부지 개발사업과 가양동 이마트 부지 개발사업, 중구 밀레니엄 힐튼호텔 부지 개발사업 등 서울 소재 미착공 PF규모가 큰 현대건설을 제외할 경우 서울의 미착공PF 비중은 17%로 급감하는 반면 광역시 및 지방 비중은 58%로 급증했다. 한신평은 “광역시 및 지방의 분양여건이 빠르게 저하된 점을 고려할 때 미착공사업장과 관련한 착공 지연이나 분양실적 부진으로 건설사에 우발채무 부담이 전이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최근 대우건설의 울산 주상복합 신축사업 사례와 같이 전반적인 사업성을 고려해 건설사가 시공권을 포기하고 PF차입금을 대위변제하는 경우가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앞서 대우건설은 후순위 대출 보증을 서고 있던 울산 동구 일산동 푸르지오 주상복합 아파트 개발 사업에 대한 브리지론 440억 원을 자체 자금으로 상환한 바 있다.
도급순위가 낮은 중견·중소 건설사의 상황은 더욱 좋지 않을 것으로 파악됐다. 한신평은 분양경기 수준에 따라 대구와 울산을 ‘분양경기 저하수준 매우 높음’, 경기, 충남, 경북 등을 ‘분양경기 저하수준 높음’, 서울, 광주, 세종을 ‘분양경기 저하 모니터링 지역’으로 구분했는데, 도급순위가 낮은 건설사일수록 올해 대구와 울산에서의 공급물량이 많았기 때문이다. 건설사가 올해 분양 예정인 물량 중 대구와 울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8%에 그친 반면, 도급순위 16~50위와 51위 이상인 건설사에서는 각각 11%와 13%로 늘었다. 반면 서울과 광주, 세종이 차지하는 비중은 1~3위 건설사가 36%로 가장 높았고 16~50위와 51위 이상이 8%에 그쳤다. 한신평은 “분양경기 저하 국면에서 대형 건설사 대비 중소형 건설사의 분양위험에 대한 노출도가 상대적으로 큰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