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중앙정부가 하이난을 의료관광특화단지로 조성했고 시진핑 국가주석이 힘을 실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할 수 없다면 최소한 보건복지부 장관이라도 나서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지방자치단체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업계의 한 관계자)
코로나19 팬데믹의 엔데믹 전환으로 글로벌 의료관광 시장이 2025년 236조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시·군·구 등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받지 못한 채 각개전투를 벌이는 상황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지원은 고사하고 각종 규제로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21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190개 특구가 운영 중이다. 이 가운데 의료 관광 및 산업, 제약·바이오 관련 특구는 서울 강서미라클메디특구·영등포스마트메디컬특구, 부산 서구 글로벌하이메디허브특구, 대구 중구·수성구 메디시티대구글로벌의료특구, 강원 원주첨단의료건강산업특구 등 15곳 정도다.
2004년 도입된 지역특화발전특구제도는 기초지자체가 특구 계획을 수립해 중기부에 특구 지정을 신청하면 중기부가 부처 협의 및 지역특구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정한다. 특구로 지정되면 59개 개별법이 정한 129개 규제 특례 중 일부를 지역특구법에 따라 적용받을 수 있다. 의료관광특구의 경우 전문의 등 외국인 종사자 체류 기간 연장 및 사증 발급 절차 완화, 의료시설 건폐율·용적률 완화, 옥외광고물 규제 완화 등의 혜택을 준다. 지자체의 자율적 사업 추진을 위해 직접적인 재정·세제 지원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게 중기부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환자 유치 확대를 위해 근본적인 규제 개혁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외국인 환자 비자 발급 요건 완화, 비대면 진료 허용, 통역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계의 한 관계자는 “90일 이하 단기 의료관광 비자(C-3-3)와 1년 이내 장기 치료 요양 비자(G-1-10)가 있지만 개발도상국 환자와 보호자들은 비자를 발급받기가 까다로운 게 현실”이라며 “의료관광 비자를 악용한 불법체류자가 있다고 해서 발급을 과도하게 제한하면 외국인 환자가 늘어날 리 만무하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환자를 대상으로 한 비대면 진료도 허용돼야 할 부분이다. 해외 거주 외국인 환자의 경우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없으면 사전 상담과 사후 관리를 위해 체류 기간을 늘리거나 한국을 두 번 이상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현행 의료법은 의사와 환자 간 비대면 진료를 금지하고 있다. 이에 외국인 환자 유치 의료기관은 국내 의료진과 외국 의료기관의 의료진과 협진하는 방식으로 비대면 진료를 시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내국인 대상 비대면 진료는 의료계의 반대 때문이라지만 외국인 비대면 진료는 왜 당장 허용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임시 조치 성격이 짙은 특례로 허용할 것이 아니라 의료법 개정을 통해 허용해야 의료기관의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 송도, 제주 등 인지도가 높은 도시를 의료관광특화단지로 지정하고 통역 서비스 등을 국가 차원에서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복지부가 외국인 환자 유치를 지원하고 있지만 부처 특성상 지금까지 의료관광 활성화를 외치기 힘든 측면이 있었다”며 “윤 대통령이 ‘전 부처의 산업부화’를 강조한 만큼 이제는 컨트롤타워가 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