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네이버에서 '핵무기' 구매가 가능하다고?[양철민의 아알못]

'챗GPT' 시대.. 네이버 검색품질은 제자리

'핵무기' 검색하면 오픈마켓 클릭유도

수익모델 강화하다 '검색 정확도' 놓쳐

광고문구로 범벅된 네이버 내부 콘텐츠에

'한국형 챗GPT' 불가능할 것이란 전망도





‘핵무기 위메프·제휴카드 5% 추가적립·첫구매 웰컴 50% 반값할인’



‘핵무기, 롯데ON·카카오페이머니 최대 7%’

위에 나열된 문구는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모바일 홈페이지에 ‘핵무기’라는 키워드를 입력하면 나오는 광고 문구다. ‘파워링크’라는 항목으로 검책 첫페이지 하단에 노출되는 해당 문구만 살펴보면, 핵무기 구매가 가능한 것은 물론 적립 및 할인까지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해당 링크를 타고 들어가보면 당연히 핵무기 구매가 불가능하다. 대신 해당 사이트에서는 핵무기 관련 서적이나 핵무기 탑재 전투기 프라모델 제품 구매 등을 유도한다. 네이버가 검색어를 자사 최고 수익모델인 검색광고와 억지로 이어붙이다 보니 생긴 해프닝이다.

네이버에 ‘핵무기’라는 키워드를 입력하면 핵무기 구매를 유도하는 듯한 광고가 노출된다.네이버에 ‘핵무기’라는 키워드를 입력하면 핵무기 구매를 유도하는 듯한 광고가 노출된다.


인공지능(AI) 서비스인 ‘챗GPT’가 글로벌 검색 시장 판도를 바꿔놓는 가운데, 국내 1위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의 기술 완성도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네이버는 지금까지 검색광고와 같은 수익모델에 검색결과를 유기적으로 결합시키며 몸집을 키워왔지만, 인간 이상의 정확도를 자랑하는 챗GPT의 등장으로 네이버의 ‘낮은 검색 정확도’ 문제가 더욱 부각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핵무기 관련 키워드에 오픈마켓 사이트로의 클릭을 유도하며, 정확한 검색결과 노출보다는 수익성을 우선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네이버는 자사 검색광고의 장점으로 ‘정교한 타겟팅’을 내세웠지만, 앞선 검색결과 노출에서 보듯 타겟팅의 정확성에 물음표가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론 네이버의 검색 품질 문제는 20여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된 이슈다. 이 같은 문제는 네이버가 ‘가두리 양식장’이라고 불릴만큼, 자사 사이트에서 생성된 콘텐츠를 활용해 검색결과를 제공하는 방식을 채택중인 것과 관련이 깊다.



네이버가 처음 포털서비스를 시작했던 1990년대 후반 포털 시장 1위는 현재 카카오에 합병된 다음(DAUM)이었고 엠파스, 라이코스, 야후 등도 상당한 점유율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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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발주자에 불과했던 네이버의 역전카드는 2002년 출시한 ‘지식인(iN)’ 서비스였다. 당시 최고 몸값을 자랑하던 배우 전지현을 기용한 공격적 마케팅과 네티즌이 직접 질의하고 답을 제시하는 일종의 ‘집단지성’을 활용한 서비스로 네이버는 2004년 포털시장 1위 자리에 등극하게 된다.

당시 웹상에서 한국어로 된 콘텐츠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는 점에서 네이버의 이 같은 서비스 모델은 한국 웹생태계 전체에 일정부분 긍정적 역할을 했다. 네이버는 이후에도 블로그와 카페 등으로 서비스를 확장해 나가며 한국어 콘텐츠를 확대·재생산해 왔다.

문제는 뉴스 등 일부 콘텐츠를 제외하면 네이버 내에서 이용자가 자체 생산한 콘텐츠의 신뢰성이 낮다는 점이다. 실제 네이버 지식인에 나오는 답변은 광고성 문구 또는이용자들이 소위 ‘어그로’를 끌기 위해서 제멋대로 달아 둔 답변이 상당수다.

이 때문에 네이버가 자사 콘텐츠를 활용해 챗GPT 같은 모델을 만들 경우, 신뢰성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네이버는 지난 2021년 한국어를 활용한 초거대 AI 모델 ‘하이퍼클로바(HyperCLOVA)‘를 공개했지만 비전문가들이 작성한 블로그, 카페, 지식인 관련 글을 활용해 AI를 학습할 경우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네이버 내에 넘쳐나는 광고글 때문에 네이버가 챗 GPT와 유사한 모델을 내놓을 경우 광고성 문구만 되풀이 할 것이라는 우려까지 제기한다.

여기에 더해 네어버는 웹 상에서 검색어에 맞춤한 정보를 끌어다 수집해 노출해주는 ‘크롤링(Crawling)’ 부문에서 기술수준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예를들어 구글에 ‘세계 1위 시가총액 기업'이라는 키워드를 입력하면 전세계 기업의 시가총액 순위를 나타내주는 사이트를 최상단에 노출해준다.

반면 네이버에 똑같은 키워드를 입력할 경우 2022년 5월에 작성된 ‘전세계 시총 1위, 美기업 아니다…애플 꺾은 새로운 왕좌는’이라는 기사를 최상단에 노출해준다. 해당 기사 내용에 따르면 글로벌 시가총액 1위 기업은 아람코이지만, 2023년 2월 22일 기준 글로벌 1위 시가총액 기업은 애플이다. 2위 아람코와 애플의 시가총액 차이는 현재 기준 4500억달러 수준이다.네이버의 최상단에서 두번째로 노출된 검색결과 또한 관련 순위 확인이 가능한 사이트로의 클릭을 유도하는 개인 블로그다. 이외에도 네이버는 최소 몇달 전 작성된 개인 블로그 글을 주로 노출시켜 ‘세계 1위 시가총액 기업’ 관련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구글이 내놓은 인공지능 챗봇 ‘바드(Bard)’ 가 최근 공개석상에서 틀린 답변을 내놓아 웃음거리가 되는 등 그 어떤 IT기업도 기술력의 절대우위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챗GPT의 등장으로 검색 시장 판도가 바뀌는 상황에서 대대적 전략 수정 없이는 네이버의 ‘국내 1위 포털업체’라는 지위마저 위태로워 보인다”고 밝혔다.

**‘Stay Hungry, Stay Foolish(By 스티브 잡스)'. '양철민의 아알못'은 IT 분야를 5년 넘게 출입했지만 IT를 잘 알지 못한다 생각하며 매일매일 공부중인 기자가 연재하는 IT 콘텐츠 입니다.

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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