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 수준의 통행료에 뿔난 인천 영종도 주민들이 내달 1일 대대적인 차량 시위를 벌인다.
주민들은 당일 오후 2시 영종하늘도시 자연대로에서 1차 집회를 연 뒤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까지 차량으로 이동해 2차 집회를 열 예정이다.
이번 차량 시위는 2007년 비싼 통행료에 반발한 영종 주민들이 인천공항고속도로 요금소 통행료를 동전으로 내는 시위를 벌인 이후 16년 만이다.
시위 참여 주민들은 인천공항고속도로 요금소에서 바가지로 동전과 수표를 내며 통행료 인하 촉구 퍼포먼스를 할 예정이다. 주최 측은 1000여대의 차량이 시위에 참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종도에서 공항고속도로 진입 전까지 4㎞ 구간은 1개 차로에서 일렬로 차량 행진을 하고 고속도로에서부터는 자유롭게 이동하기 때문에 심한 차량 정체는 없을 것이라고 주최 측은 설명했다.
◇ 영종·용유 주민 할인은 받지만…통행료 부담 커
신공항하이웨이가 운영하는 영종대교는 상부·하부 도로가 있는 2층 현수교 구조로 2000년 개통했다.
2012년 8000원까지 치솟았던 영종대교 상부도로 통행료는 현재 6600원으로 소폭 낮아진 상태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비싸다고 불만을 터뜨린다.
영종도 주민은 북인천IC를 지나는 하부도로의 하루 왕복 1회 통행료(3200원)만 면제받지만 서울 방향 상부도로는 통행료를 모두 내야 한다.
인천대교 주식회사가 운영하는 인천대교(2009년 개통)의 통행료도 5500원에 달하는데 영종 주민은 하루 왕복 1회 통행료 일부를 지원받아 1800원을 낸다.
2018년 기준 국내 재정고속도로 평균 통행료와 비교하면 영종대교는 2.28배, 인천대교는 2.89배 비싸다.
영종 주민들은 육지로 이어지는 무료 도로가 없기 때문에 통행료 부담이 크다며 통행료 인하를 촉구하고 있다.
인천시는 영종 주민 통행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통행료 일부를 지원하지만 소요 예산이 적지 않아 근본적인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인천시가 영종 주민에게 지급하는 통행료 지원금은 연간 100억원대에 달한다.
2004년부터 시작된 통행료 지원사업의 누적 지원금은 2021년까지 1322억원에 이른다.
국토교통부는 앞서 2018년 8월 민자고속도로 통행료를 지난해까지 재정고속도로와 비슷한 수준으로 인하하는 통행료 관리 로드맵을 발표했지만 통행료 인하 조치는 실현되지 않았다.
로드맵 기준으로는 재정도로의 1.1배 수준으로 통행료를 맞춰 인천대교는 5500원에서 1900원으로, 영종대교는 6600원에서 2900원으로 인하돼야 하지만 실현 여부 가능성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국토부가 영종·인천대교 통행료 인하 방안을 찾고자 2020년 8월 발주한 '민자고속도로 사업 재구조화 연구용역'도 끝나지 않은 상태다.
통행료 인하 논의의 밑바탕이 될 이 용역은 당초 2021년 12월 끝날 예정이었으나 1년여가 지난 현재까지도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인천시 관계자는 "시는 하루빨리 통행료를 인하해야 한다는 주민들 의견과 입장이 같다"며 "국토부에 여러 차례 이를 요청했으나 아직 용역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 다른 민자도로는 통행료 인하…영종·인천대교는?
앞서 국토부가 로드맵에서 제시한 영종·인천대교의 통행료 인하 방식은 '사업 재구조화'다.
사업 재구조화에는 현행 30년인 민자고속도로 운영 기간을 50년으로 연장해주거나 신규 투자자를 모집해 통행료를 인하하는 등의 방식이 포함된다.
그러나 두 대교의 통행료를 국토부가 원하는 수준까지 낮추려면 기존 민자 운영 기간인 30년에 더해 30년 안팎을 추가 연장해야 한다.
민간투자법 제25조에 따라 민자사업 운영기간은 최장 50년으로 제한되기 때문에 추가 연장이 이뤄지면 두 대교 모두 이 법규를 어기게 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용역은 마무리 단계로 공공기관 선투자로 손실보전을 해주는 안과 도로 운영 기간 연장 등이 논의되고 있다"며 "그러나 여기서 검토된 방안 모두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데다 금리 인상 등 경제 여건이 좋지 않아 관계기관들과 재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종 주민들은 천안논산 고속도로 통행료 인하에 활용된 한국도로공사의 선투자 방식으로 통행료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통행료를 재정도로 수준으로 먼저 낮추고 그 차액을 한국도로공사 측이 메꾼 뒤 민자사업이 끝나면 공사가 유료도로 관리권을 새로 설정해 기존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국토부는 선투자를 할 경우 필요한 예산 규모를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조 단위 예산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했다.
김요한 영종국제도시총연합회 정책위원장은 "현재 영종대교 사업자는 다리 건설비 1조6000억원보다 훨씰 많은 4조원가량을 손실보전금 등으로 챙겼다"며 "주민들 입장에서는 민자 사업자들에게 고수익이 돌아가는 걸 방치하는 정부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