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훈 통계청장이 22일 문재인 정부 시절 가계동향조사의 원자료 입수 과정에 대해 “규정상으로 볼 때 절차적으로 하자가 있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2018년 5월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발표 후 홍장표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이 통계청에 비공개 통계자료 제출을 구두로 요청해 받았고, 이 자료를 강신욱 당시 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에게 넘겨 재가공하도록 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한 청장의 발언은 당시 청와대의 통계청 자료 입수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인정한 것이다.
한 청장은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이 ‘통계자료 요청은 서면 신청을 해야 하는데 당시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이 구두로 요청한 것은 불법’이라고 지적하자 “하자가 있었다”고 답했다. 박 의원이 '당시 통계자료심의회도 열지 않았다'고 재차 지적하자 한 청장은 "규정의 취지를 고려할 때 운영상 미흡한 점이 있던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특히 청와대가 가계동향조사 자료를 입수하기 전 통계청은 황수경 당시 통계청장이 해외 출장을 간 사이에 비공개 통계자료를 다른 기관에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예외규정을 통과시켰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한 청장은 일부 사실이라고 했다. 한 청장은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련 내용을 묻자 "(황 전 청장이) 미국 출장을 가 있을 때 차장이 대결(대리 결재)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황 전 청장에게는) 나중에 (차장이) 서면으로, 부재중 보고를 했다고 들었다"고도 했다. 고 의원이 '관련 보도의 맥락은 당시 청장이 모르게 규정을 바꿨다는 것인데 그것은 아니지 않으냐'고 묻자 "그 부분에 대해서는 담당자들이 다 퇴사한 상황이라 사실관계는 확인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한병도 민주당 의원이 통계조작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하자 한 청장은 "실무적인 통계 작성에서는 문제가 없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