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체류하고 있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공개 강연에서 단계적 비핵화와 북미 외교 관계 수립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등 사법 리스크 우려가 당내에서 확산되는 가운데 이번 활동을 계기로 이 전 총리의 향후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이 전 총리는 21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의 조지워싱턴대 강연에서 “북한과 미국이 점진적·동시적·상호적 방식으로 비핵화와 관계 정상화를 향해 가는 것이 현실적이고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한미일 공조 및 중국에 대해서는 “미국이 북한·중국·러시아의 연대 움직임에 대처해 한미일 공조를 강화하려는 것은 옳은 방향이지만 미국이나 중국이 한반도를 미중 경쟁의 최전선으로 만들려고 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이 전 총리는 이날 강연을 시작으로 4월까지 필라델피아·뉴욕·휴스턴·로스앤젤레스·덴버에서 대학과 한인 단체 등을 대상으로 강연을 이어갈 예정이다. 강연을 통해 정치 행보를 본격적으로 재개한 것이냐는 질문에 이 전 총리는“조지워싱턴대 입학 조건이 보고서 제출이나 강연이었는데 학장이 공개 강연을 하라고 했다”며 “설마 학장이 저에게 정치 재개를 주문했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6월에는 독일로 가 자신을 초청한 튀링겐대와 베를린대에서 강연하고 시간이 되면 구 동독을 방문한 뒤 같은 달 한국으로 귀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사법 처리 가능성과 맞물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 전 총리의 역할 확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전 총리의 공개 행보 재개와 이달 28일로 예정된 이 전 총리의 싱크탱크인 ‘연대와 공생’의 재출범이 이러한 관측을 뒷받침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