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000만 명 이상이 심뇌혈관질환으로 병원을 찾는다. 전체 사망자의 22%를 차지해 필수의료의 대표 격인 질환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달 정부가 필수의료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대책을 내놨지만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심뇌혈관질환 안전망 구축을 실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정부가 심뇌혈관질환 관리를 위해 추진한 대표 정책으로 2008년부터 14개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를 지정해 운영을 지원한 것을 들 수 있다. 서울과 지방 간 격차를 줄여 심뇌혈관질환 치료의 지역 기반을 다져보려는 취지였다. 그러나 처음부터 장기적인 비전이나 적극적인 투자가 부족했던 권역 센터는 정권이 수차례 바뀌는 동안 예산 축소와 해당 병원들의 관심 부족, 응급 상황이 빈발하는 필수 중증 질환 분야에 대한 기피 현상 등으로 실효성을 거두지 못했다. 지역별 치료 체계 중심으로 발전하기보다는 현장 의료 인력의 이탈 등으로 되레 24시간 치료 체계가 붕괴될 위험에 처하고 말았다.
2016년 5월 제정된 ‘심뇌혈관질환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수립한 심뇌혈관질환 관리 종합 계획도 성과가 미미했다. 1차 5개년이 끝난 현 시점에서 당초 계획 중 제대로 실천된 것들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필수 중증 의료의 핵심인 심뇌혈관질환 안전망 구축에 과연 정부가 관심을 갖고 있는지조차 의문이다. 골든타임 내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얼마나 되는지, 이런 상황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무엇이 얼마나 필요한지에 대해 파악하기조차 힘들다.
지금 시급한 것은 이 모든 것을 통할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를 세우는 것이다. 심뇌혈관질환 관련 정책에 관여하는 보건복지부 유관 부서만 14개인 데다 질병관리청, 소방청, 광역 및 지역 자치단체까지 고려하면 정부 기관은 더욱 늘어난다. 종합 계획 수립에 참여하는 주요 학회가 20개에 육박할 정도로 관련된 학술단체도 많다. 이들을 조율해 합의를 도출하고 장기적으로 한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려면 거버넌스가 하루빨리 구축돼야 한다. 심뇌혈관질환과 관련된 대다수의 문제가 현장에서 발생하는 만큼 문제 발생 즉시 대처할 수 있도록 컨트롤타워와 진료 현장 간 연결도 필수다. 즉 치료의 최전선에서 현장과 호흡하면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함께 해결해나갈 수 있는 ‘현장사령부’가 필요하다. 지난해 5월 개정된 ‘심뇌혈관질환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적시된 중앙심뇌혈관질환센터가 그 역할을 맡아야 한다. 중앙심뇌혈관질환센터의 모델은 국립암센터도 중앙응급의료센터도 아니다. 심뇌혈관질환에 맞는 형태를 찾아야 한다.
정부가 서울대병원에 기획단을 설치해 중앙센터와 심뇌혈관질환 관리 체계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 것은 반갑다. 다만 연간 100억~200억 원의 저예산으로 심뇌혈관질환 안전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은 그저 꿈일 뿐이다. 모든 노력이 탁상공론이 되지 않으려면 1000만 명이 넘은 심뇌혈관질환자들의 생명을 지키는 데 걸맞은 예산 투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