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준공관리형토지신탁(책준형) 리스크가 신탁사 전반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며 금융 당국이 관리 강화를 위한 제도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탁 업계도 당국의 움직임에 발맞춰 자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 리스크 최소화에 나서는 모양새다.
22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책준형에 대한 관리 강화 제도를 상반기 내로 마련할 계획이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책준형에 대한 리스크가 확대될 조짐을 보이는 만큼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다만 신탁사에 대한 규제가 과도하게 강화될 경우 시공사들의 사업 활로가 막힐 수 있어 구체적인 규제 방향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업계는 금융 당국이 한도 규제를 도입하거나 건전성 규제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당국이 움직이기 시작하며 신탁 업계도 자체 리스크 관리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이 입수한 ‘부동산신탁사 기획담당 임원회의’에 따르면 신탁 업계는 15일 업계 차원에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계약서에 포함시키는 안을 논의했다. ‘가이드라인’ 내용으로는 △준공 필수 사업 확보 여부 또는 비율 점검 후 계약 체결 △손해배상 시 신탁 정산 후 금액 확정 △착공 지연 등의 사유 발생 시 이행 기간 협의 조정 △대출 금융기관에서 대체 시공사 선정 협조 △분양 가격 조정 시 대출 금융기관과 신탁회사 상호 협의 △수주 절차에서 회사별로 관리형토지신탁과 구분되는 심의 절차 적용 등이 포함됐다.
공사비 인상, 분양 시장 침체로 새로운 시공사를 찾는 데 어려움이 커진 만큼 책임준공 기한을 지키기 위한 ‘대체 시공사 풀’을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이를 위해 신탁 업계는 금융투자협회 차원에서 건설 유관 단체와 업무협약 체결 등을 고려하고 있다. 신탁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직 타 단체에 공조를 요청했거나 확정된 안은 아니다”라며 “실행된다 하더라도 공정거래법 위반 우려가 있는 만큼 강제성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 같은 움직임에 건설 업계는 신탁 업계의 리스크가 되레 건설 업계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개발 업계 관계자는 신탁 업계의 ‘가이드라인’에 대해 “준공 필수 사업지 확보 또는 비율 점검 요건의 경우 금융 조달이 어려운 상황에서 소형 업체들이 사업할 수 있는 경로에 한계가 생길 수 있다”며 "손해배상 부분도 대주 입장에서는 손해배상 시점이 늦어질 수 있는 만큼 신탁사가 리스크를 부담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