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증권(008560)이 신용 융자 이자율을 증권사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낮췄다. 주요 증권사들이 연 0.3~0.4%포인트 수준으로 찔끔 인하해 ‘생색내기’라는 비판을 받은 것과 달리 최고 2.4%포인트를 인하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상황에서 메리츠증권의 파격 행보로 다른 증권사들의 고민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증권은 23일 ‘슈퍼(super)365 계좌’의 신용거래 융자 이자율을 최대 2.4%포인트 낮춘다고 밝혔다. 슈퍼365 계좌는 주식·펀드 등 금융투자 상품을 거래할 수 있는 비대면 개설 전용 종합자산관리계좌다. 변경된 이자율은 다음 달 2일 매수 체결 물량부터 적용된다.
메리츠증권은 총 6개 구간으로 분류돼 있던 슈퍼365 계좌의 이자율을 ‘7일 이하’ ‘30일 이하’ ‘30일 초과’ 3개 구간으로 단순화했다. 기존에는 7일·15일·30일·60일·90일을 기준으로 구간을 나눴다.
최고 금리 구간인 30일 초과 기간에 적용되는 이자율은 연 9.8%에서 7.4%로 2.4%포인트 낮아진다. 7일 이하 구간의 이자율은 6.9%에서 5.9%로, 30일 이하 구간의 이자율은 연 8.4%에서 6.9%로 변경된다. 조정 후 최고 금리(7.4%)는 종전 15일 이하 구간에 적용되던 7.9%보다도 낮다. 이날 미래에셋증권(006800) 역시 신용융자 이자율을 인하했다. 최고금리는 기존 9.8%에서 9.5%로 0.3%포인트 낮아진다. 변경된 이자율은 다음 달 20일부터 적용된다.
앞서 금융 당국은 금융권의 이자 장사를 정면 비판했고 은행에 이어 증권사들도 잇달아 대출이자율을 낮추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을 시작으로 삼성증권(016360)·KB증권까지 가세했다. 하지만 인하 폭은 0.3~0.4%포인트로 여전히 최고 이율이 9%대에 머물고 있다. 삼성증권(9.8%)·한국투자증권(9.5%)·KB증권(9.5%)·미래에셋증권(9.5%) 모두 여전히 9% 중후반대의 금리를 적용 중이다. 금리를 소폭 낮췄지만 최근 증시 활황으로 신용 융자 금액이 늘면서 증권사들이 벌어들이는 이자 수익은 오히려 늘어난 모습이다.
메리츠증권이 최고 금리를 7.4%까지 낮추면서 후발 주자들의 고민도 덩달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하기로 하면서 금리 인하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들의 신용 융자 금리는 양도성예금증서(CD)나 기업어음(CP) 금리 등을 기본으로 가산금리를 추가해 산정한다. 증권사 중에서는 NH·신한·하나·대신 등이 아직 신용 융자 이자율 인하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해당 증권사들은 9.75~10.9%의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신용 이자 인하 여부 및 인하 폭을 구체적으로 검토 중인 NH 등 일부 증권사는 다음 주께 결과를 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