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그룹 제조업의 모태인 대구 옛 제일모직 공장부지를 국내 창업 생태계의 요람으로 새롭게 조성한다.
삼성전자는 22일 대구 북구 삼성창조캠퍼스에서 ‘C랩 아웃사이드 대구캠퍼스’ 개소식을 개최했다. C랩 아웃사이드는 삼성전자가 2018년부터 운영해 온 대표적인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이다. 대구캠퍼스는 지역 내 우수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하기 위해 지방에 처음으로 조성한 공간이다.
삼성전자는 대구캠퍼스 개소를 계기로 지금까지 대구·경북 창조경제혁신센터와 협력해 스타트업을 육성하던 방식을 고도화 해 지역 우수 업체를 직접 선발·육성하는 방식으로 바꾼다. 서울로 오지 않아도 기존 C랩 아웃사이드 육성 프로그램과 동일한 혜택·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회사는 대구캠퍼스에 ‘C랩 아웃사이드 대구’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헬스케어·로봇·소재부품 분야의 지역 내 혁신 스타트업 5개 사를 선정했다. 이들 기업에는 대구 삼성창조캠퍼스 내에 입주할 수 있는 사무 공간과 회의실·휴게공간 등 인프라가 제공된다.
삼성전자는 이번에 선정된 5개 기업을 비롯해 C랩 아웃사이드 대구에 선정되는 스타트업에게 앞으로 1년 간 △최대 1억원의 사업지원금 △성장 단계별 맞춤형 컨설팅 △삼성전자·계열사와의 협력 기회 연결 △CES 등 국내외 정보기술(IT) 전시회 참가 △국내외 판로 개척 등을 지원한다. 삼성전자는 대구캠퍼스에 이어 광주, 경북 등에도 C랩 아웃사이드 캠퍼스를 열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업 설립, 인력 확보, 투자 유치 등 스타트업의 생태계에 유리한 환경이 구축되면 지역의 스타트업들이 빠른 시간 내에 사업 안정화와 시장 정착을 이룰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C랩 아웃사이드 대구캠퍼스가 자리 잡은 곳은 1956년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이 삼성그룹의 모태가 된 제일모직을 창업한 공장부지다. 제일모직 대구공장은 1956년 가동을 시작해 1970~80년대 4500명을 고용하는 대형 사업장으로 성장했다. ‘수출 한국’을 주도한 삼성그룹 제조업의 시발점 역할을 했다. 1997년 구미의 제일모직 공장으로 통합 이전했고 삼성은 부지를 대구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대구시에 기증했다. 이와 함께 이곳에 혁신 기업 육성을 위해 삼성창조캠퍼스를 조성하고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삼성그룹의 제조업 모태인 제일모직 공장 부지를 스타트업 육성 요람으로 바꾼 것은 지역 사회와의 상생을 강조해 온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동행’ 경영 철학과 맞닿아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10월 27일 회장직 취임 후 “우리 삼성은 사회와 함께 해야 한다”며 “고객과 주주, 협력회사, 지역사회와 함께 나누고 더불어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등 상생 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이날 개소식에는 홍준표 대구시장, 양금희·이인선 국민의힘 의원, 김완표 삼성글로벌리서치 사장 등이 참석했다. 홍 시장은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기업이 지역 스타트업 지원을 위해 힘쓴 덕분에 지역의 창업 인프라가 더욱 활력을 얻고 단단해지고 있다”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김 사장도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지역 내 혁신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지역 창업 기업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성장 발판을 마련하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한편 2012년 사내 벤처 육성 프로그램인 ‘C랩 인사이드’를 도입했다. 우수한 과제를 스타트업으로 분사하는 ‘스핀오프’ 제도를 실행하고 있다. 2018년부터는 외부 기업까지 대상을 넓혀 C랩 아웃사이드를 운영하고 있다. 회사는 C랩을 통해 총 856개(사내 391개, 사외 465개)의 사내 벤처와 스타트업을 육성했다. 이중 C랩 스타트업 526개(아웃사이드 465개, 스핀오프 61개)의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은 1조 3600억 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