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주택

월세 수요 꺾이나…서울 전세 비중 늘었다

전셋값 하락에 금리부담 완화

월세가격 높아 실익 줄어들어

서울 1월 임대차 57%가 전세

경기도 올 들어 증가세 '뚜렷'


인천광역시에 거주하는 세입자 A 씨는 검단신도시 B 아파트의 집주인과 이달 초 2억 8000만 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다. 집주인이 보증금 5000만 원, 월세 120만 원의 가격도 제시했지만 전세로 마음을 굳혔다. A 씨는 “지난해 말 조직적 전세보증금 사기 사건인 ‘빌라왕 사태’가 발생했을 때만 해도 월세로 살까 고민을 해봤지만 달마다 100만 원 넘게 월세로 지출하는 것은 너무 부담”이라며 “집주인이 제시한 전셋값도 합리적이라고 생각해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출금리가 빠르게 오르고 전세 사기 우려가 높아지면서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뚜렷하게 나타났지만 올 들어 다시 전세를 선호하는 이들이 늘고 거래 비중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지역에 신축 입주 물량이 증가해 전셋값이 떨어진데다 월세는 버리는 돈이라 여기는 사회적 통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2415A22 서울·경기도 아파트 임대차 수정2415A22 서울·경기도 아파트 임대차 수정






23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임대차 거래 중 전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0월 57.8%에서 11월 53.2%, 12월 49.7%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했지만 올 1월에는 57.3%(1만 5932건 중 9128건)로 큰 폭으로 반등했다. 경기도 역시 올 들어 다시 전세 거래 비중이 확연히 늘었다. 경기부동산포털에 따르면 올 1월 경기도 전체 전월세 계약 2만 3069건 가운데 전세는 1만 3517건으로 58.6%를 기록했다. 경기도 전세 비중의 경우 지난해 10월(51.0%), 11월(52.3%), 12월(53.6%)에는 절반을 겨우 넘겼지만 올 1월에는 지난해 말 대비 5%포인트나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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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최근 아파트 전셋값이 눈에 띄게 하락하는 반면 월세 가격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월세 수요의 일부가 전세로 옮겨가고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초 수도권 아파트 전세 가격은 전년 초 대비 12.3% 급락했지만 수도권 월세가격지수는 지난해 1월 102.6에서 올 1월에는 104.9로 증가했다.

금리 인상의 속도가 느려지며 전세대출 금리 부담이 상대적으로 완화된 것도 이유로 꼽힌다. 이날 한국은행은 연 3.50%인 기준금리를 조정 없이 동결했다. 2021년 8월 이후 지난달까지 1년 5개월간 이어진 금리 인상 기조가 잠시 멈춘 것이다. 이에 일부 시중은행들은 전세대출 금리를 일부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지난해 전셋값이 워낙 떨어지면서 급전세 위주로 시세가 형성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월세가 비싸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며 “최근 전세대출 금리도 조정되는 과정을 거치는 등 월세 실익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수요자들이 경제적인 선택을 하며 전세 비중이 다시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당분간 전셋값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수도권 아파트 위주로 전세갱신권을 사용하지 않고 전세 계약을 새로 맺으려는 수요가 늘 것으로 전망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수도권에서도 공급 물량이 많아 전세 가격이 많이 떨어진 곳을 위주로 전세 거래 비중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5924가구로 입주 물량이 대폭 늘어날 예정인 성남시 수정구 아파트 전세 비중은 지난해 12월 52%에서 올 1월 66.4%로 급증했다.


김경택 기자·한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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