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예열 끝낸 '칩4'…반년만에 본회의 개최

미중 갈등 등 민감한 사안은 함구

정부, 中 자극 않으려 저자세 유지

韓기업,장비 수급 의견 개진할듯


한국 경제의 주력인 반도체 산업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중심의 ‘칩4 동맹(한국·미국·일본·대만 반도체 협력체)’이 오랜 예열을 끝내고 마침내 본궤도에 올랐다. 최근 각국 실무자 간의 첫 본회의가 열렸기 때문이다. 우리로서는 미중 기술 패권 전쟁 속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대표 기업의 이익을 지켜내야 할 입장이라 적극적인 의견 개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공급망 협력체 칩4는 16일 각국 정부 실무자들이 화상으로 참석한 가운데 처음 본회의를 개최했다. 지난해 3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공식 제안한 후 같은 해 9월 예비회의가 열린 지 약 5개월 만이다. 미국 주도의 공급망 협력에 참여하되 최대한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로우 키(낮은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정부는 예비회의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본회의 일정도 사전에 공개하지 않았다. 반도체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뒤늦게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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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본회의에서는 미중 갈등과 같은 예민한 사안은 직접 다뤄지지 않았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하지만 미국이 글로벌 첨단산업 공급망에서 노골적으로 중국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만큼 간접적으로 언급이 될 수밖에 없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칩4 본회의 개최를 전후한 시기에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이 방미, 미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후속 조치를 논의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당시 장 차관은 현지의 국내 특파원들과 만나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가드레일’ 문제와 관련해 “최종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계속 협의하겠다는 컨센서스는 만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반도체 장비 수급 측면에서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지난해 10월 미국이 발표한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 때문이다. 당시 미국 정부는 18㎚(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16㎚ 이하 로직칩을 생산할 수 있는 장비와 기술을 중국에 들일 경우 미국의 별도 허가를 받도록 했는데, 우리 기업이 1년간 규제 유예를 받았지만 앞으로의 전망은 불투명하다. 여기에 미국 정부로부터 현지 공장 투자 등을 이유로 보조금을 받는 해외 기업의 경우 중국 내 투자를 10년간 제한하는 조항 등이 반도체법 등에 포함돼 있는 점도 문제다.

정부로서는 칩4 회담을 우리 기업의 어려운 상황을 알리고 중국 쪽 입장도 전달하는 통로로 삼아 우리 기업의 이익을 관철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급망 다변화에 중점을 두고 연구개발 협력, 투자 인센티브 제공 등에 대해 논의하는 데 주력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세종=유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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