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印의 줄타기 외교 "우크라'戰' 쓰지마"

G20 성명에 러 의식 문구 반대

미국과도 경제·안보 협력 강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를 앞둔 22일(현지 시간) 한 시민이 인도 방갈로르의 G20 행사 조형물 앞을 걸어가고 있다. AP연합뉴스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를 앞둔 22일(현지 시간) 한 시민이 인도 방갈로르의 G20 행사 조형물 앞을 걸어가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달 24~25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를 주최하는 인도가 어떤 공동성명에도 ‘전쟁’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전쟁’ 대신 ‘특별군사작전’이라고 칭하는 러시아의 입장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동시에 인도는 미국과도 경제·안보 관계를 심화시키는 절묘한 줄타기 외교를 펼치며 국익 극대화를 꾀하고 있다.



22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인도가 방갈로르에서 열리는 이번 G20 재무장관회의의 어떤 공동 선언문에도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전쟁’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을 피하려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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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을 어떻게 표현할지의 문제는 지난해 G20 회의에서도 논란이 됐다. 회원국은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격론 끝에 전쟁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는 데 합의를 봤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했던 당시 G20 회의는 성명에서 “대부분의 회원국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강하게 비판했다”며 “다만 현 상황과 제재에 대한 다른 의견과 평가도 인정한다”고 적었다. 하지만 이번에 G20 회의 의장국인 인도가 이 표현을 사용하는 것을 다시 꺼리면서 당시 합의에서 후퇴할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인도의 이 같은 입장은 미국·서방과 중국·러시아 사이에서 균형 외교를 펴 국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인도는 미국이 중국 봉쇄를 위해 발족한 4자 안보협의체 ‘쿼드(Quad)’에 일본·호주 등과 함께 참여하고 있다. 산업 분야에서도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인도와 반도체 생산 협력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미국 반도체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함께 다음 달 인도를 찾을 예정이며 애플도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아이폰 등의 인도 생산을 늘릴 계획이다. 반면 인도는 러시아와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서방이 세계 각국에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자제하라고 권고했음에도 러시아산 원유 가격이 떨어지자 헐값에 수입을 늘리고 있다. 1월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규모는 일일 139만 배럴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배나 급증했다. 이로써 러시아는 이라크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인도의 최대 원유 수입 대상국이 됐다.

이에 따라 이번 G20 회의에서 공동성명에 넣을 문구를 놓고 회원국들이 또 격론을 벌일 것으로 보여 산적한 현안에 대한 논의는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G20 앞에는 빈곤국에 대한 부채 탕감, 과도한 속도의 통화 긴축 정책, 전 세계 조세협정 등과 같은 과제가 놓여 있다.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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